유모차·저출산 대신 유아차·저출생

'성평등 서울'을 실현하고자 지난 2007년 설립된 서울시 산하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관련 다양한 정책연구와 사업을 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9월 공동기획취재단과 만남에서 올해 대표 사업으로 지난 6월 발표한 '성평등 언어사전' 결과를 소개했다. 서울시 성평등주간(7월 1~7일)을 맞아 5월 30일부터 6월 11일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꾼다'는 주제로 캠페인을 벌인 결과다. 모두 608건의 시민 제안이 있었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우선 공유, 확산해야 할 10건을 선정했다.

①"나는 '여'씨가 아닙니다" 직업 등 앞에 붙이는 '여'를 빼기. 여의사·여배우·여직원 등은 의사·배우·직원으로 사용.

②"남자고등학교는 없는데 왜 여자고등학교만 있나요?" 여자고등학교를 고등학교로 명칭하기.

③"처녀작을 총각은 못 만드나요?" 일이나 행동 등을 처음으로 한다는 의미로 '처녀'를 붙이는 것 대신 '첫'으로 사용. 처녀작·처녀출전 대신 첫 작품·첫 출전.

④"아빠는 유모차(乳母車)를 끌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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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육아 개념에 반하는 '어미 모(母)'를 빼고 유아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유아차(乳兒車)' /경남도민일보 DB

⑤"그남이란 말은 없어요" 여성을 대명사로 지칭할 때 '그' '그 여자'.

⑥"저출산(低出産) 여성이 아기를 적게 낳는 것" 인구문제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 있어 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의미의 '저출생(低出生)'.

⑦"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겁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미혼(未婚)' 대신 '비혼(非婚)'.

⑧"자궁(子宮)은 남자 아이를 품는 집만이 아닙니다" 특정 성별이 아니라 세포를 품은 집의 '포궁(胞宮)'.

⑨"몰래 하는 장난이 아니라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입니다"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몰래카메라' 대신 범죄임이 명확한 '불법촬영'.

⑩"가해자 입장의 용어이고, 포르노가 아닙니다"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려고 유포하는 성적 사진이나 영상콘텐츠)' 대신 '디지털 성범죄'.

정선재 재단 경영기획실 차장은 "습관적으로 또는 대체할 말이 없어 성차별적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시민이 제안한 성평등 언어가 생활 속 성평등 의식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지난달 16일 성 차별 방식의 기사 표기 관행을 바꾸는 개선안을 내놨다. 인물정보를 표기할 때 남성은 괄호 속에 나이만 쓰고, 여성은 나이와 함께 '여'라고 병기해 온 그간 방식을 고치겠다는 것.

연합뉴스 편집국은 "여성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남성이 표준'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란 지적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경남도민일보>는 인물정보에 여성 표기를 따로 하지 않는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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