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첫해 리그 준우승 달성
프런트-선수단 강한 결속력
경남도 관심과 지원도 한몫

경남도민의 염원을 담아 지난 2006년 출범한 도민축구단 경남FC.

그사이 12년의 세월이 흘렀고 2부리그 강등과 승격,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행로를 그려왔다.

2014년 말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되고 2년 만에 경남은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지금의 K리그2)로 강등됐다. 홍준표 전 지사는 구단 해체를 선언했다가 도민 여론과 축구계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팀으로 2015년 2부리그에서 뛴 경남에서 유망한 선수는 1부리그 팀으로 대거 이적했고, 2부 강등 충격 속에서 전임 대표이사의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지며 여론의 무차별 폭격을 당했다. 당시 대표이사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까지 했으니 승격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처지였다. 11팀 중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해 말, 경남은 프로축구에서는 생소했던 김종부 감독을 영입했다. 선수로는 '비운의 천재'라는 평을 들었지만 지도자 경력은 학원축구와 아마추어 리그인 K3 감독 경험이 전부인 무명 감독이었다. 경남은 여기서 비로소 '암흑기 탈출'의 전기를 찾았다.

2016년은 체질 개선과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2부리그로 강등되자 도 지원 예산은 반토막 났고 후원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였다. 설상가상으로 심판 매수 징계로 연맹 벌금 7000만 원과 승점 10점 감점 징계까지 겹쳤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새로 부임한 조기호 대표이사는 구단을 안정시켰고, 김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만들고 정착시켜 그해 승점 삭감에도 18승 6무 16패 50승점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게 팀 리빌딩에 성공한 2017년에 '김종부 매직'은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24승 7무 5패 79승점으로 2부 리그에서 압도적 우승을 일궈냈다. 김 감독은 감독상, 말컹은 MVP와 득점왕, 베스트 11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베스트 11중 단 한 자리를 제외하곤 모두 경남 선수가 휩쓸었다.

이제 1부 리그에서 뛰게 돼 행복한 설계를 하던 경남에 호사다마처럼 한차례 돌풍이 몰아쳤다. 김종부 감독 재계약이 늦어지는 데다 최진한 전 경남 감독을 다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당시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구단에 특정감사를 보내 조기호 대표 사퇴를 압박하면서 어렵게 만들어온 경남 구단이 다시 위기로 내몰렸다. 다행히 갈등은 봉합됐고 김 감독과 재계약도 성공했다.

▲ 25일 경남FC가 K리그1 준우승과 ACL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김종부 감독, 조기호 대표이사, 김경수 구단주가 라커룸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남FC

겨울이 혹독했던 만큼 봄은 더 찬란했다. 개막 4연승을 내달리며 한때는 리그 1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시즌 내내 부침은 있었지만 4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강력한 경남으로 우뚝 섰던 것.

하지만 경남은 자칫 초반 깜짝 돌풍 뒤에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시·도민 구단이라면 고질적인, 지방선거 이후의 인사문제였다. 7월 김경수 지사가 취임하자 조 대표는 사직서를 냈다. 전임 지사가, 그것도 당이 다른 지사가 임명한 대표로서 새 구단주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지사가 사표를 수리했더라면 조 대표-김 감독 투톱 체제로 굴러온 경남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김 지사는 그런 관행을 따르지 않았고, 구단이 잘 운영되고 성적도 좋은데 굳이 흔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조 대표를 붙잡았다. 김 지사는 취임 후 경남 홈 경기에 3번 참석해 응원했다. 예산 지원에도 힘을 실었다. 올해 추경에 5억 원을 반영하고, 내년 본예산에 90억 원을 반영했다. 올해 본예산은 70억 원이었다.

김 지사는 25일 수원삼성을 꺾고 경남이 준우승을 차지하고난 뒤 "우리라고 바르셀로나FC처럼 주주인 도민이 경영에 참여하는 그런 클럽을 갖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해 역대 경남 구단주와 확연히 구분됐다. 지금까지 대표이사-감독이라는 쌍두마차로 달려온 경남FC, 이제는 구단주-대표-감독 삼두마차로 갈아탔으니 내년 성적이 더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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