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 연수 경험 바탕으로 NC 타격 진두지휘

"멘붕클럽 한 번 부활시켜 보고 싶네요."

지난 21일 NC 마무리캠프(CAMP 1) 종료를 앞두고 만난 이호준 NC다이노스 1군 타격 코치의 내년 준비는 단단하고 또 섬세했다.

이 코치는 선수·코치 연수 시절 경험이 깃든 자신의 야구철학을 NC에 서서히 입히고 있었다.

'멘붕클럽'도 그중 한 가지다. 멘붕클럽은 이 코치가 SK에 몸담았던 2012년 만든 일종의 사모임이다. '경기 후 3명 이상 멘붕(멘털붕괴)인 선수가 나오면 선수단이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하자'는 취지로 만든 모임인데, 당시 선수들 호응도 좋았다는 게 이 코치 설명이다. 실제 효과도 좋았다. 선수 단합력·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멘붕클럽은 그해 SK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 NC다이노스 이호준 코치. /이창언 기자

이 코치는 "멘붕클럽은 경기 후 멘털이 흔들린 선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게 핵심이다. 필요로하면 조언을 건네주기도 한다"며 "서로 격의 없이 대화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때로는 진솔한 야구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이어 "선수시절보다 연봉이 줄어들어 소고기는 못 사주지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사 줄 수 있다"며 "공이 안 맞는 야수들의 고민부터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멘붕클럽에서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이번 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도 재차 살폈다.

이 코치는 "팀에 펜스 중단 이상은 맞히는, 파워를 지닌 선수가 많다. 오영수, 이우성, 김진영, 김형준, 이원재, 강진성, 박헌욱, 유영준이 한 예"라며 "앞으로 숙제는 이 친구들 폼이 얼마나 올라오느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한국-일본 야구의 차이도 여과 없이 말했다. 디펜스·투수력·주루는 일본이 '비교불가'일 정도로 훨씬 뛰어나지만 베팅 파워쪽에선 한국이 더 낫다는 평가.

이 코치는 "일본 2군 에이스 투수가 우리나라 프로리그에 오면 10승은 무난히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런 차이는 기본기에서 비롯된다. 프로무대에 와서도 2년여간 다시 몸을 만드는 등 관리 시스템도 두 국가 간극이 넓다. 프로무대는 끝이 아닌 진짜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선수나 팀이나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이와 맞닿은 자신의 훈련 철학도 밝혔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게 그 핵심. 몸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고 타석에 들어서야만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 코치는 "야구장 나가서 못 하고 관중에게 야유받는 것보단 몸이 피곤한 게 그래도 더 낫지 않으냐"며 "물론 선수가 부족한 점을 하루 만에 바꾸고 채울 생각은 없다. 단, 그날 하루 목표치만큼은 연습을 통해 도달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베테랑 선수에서 '초보 코치'가 된 이 코치 목표는 변하지 않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 때문에 한 선수가 2군행을 통보받진 않을까, 반대로 자신이 2군으로 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이 코치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이 코치는 "우리 팀이 지닌 장점들을 잘 건드려주면 플레이하는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올해보다는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 아울러 현재 지닌 이 마음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살을 20㎏이나 빼 몸은 가벼워졌다면서도 파워는 떨어진 듯해 아쉽다던 이 코치. 그럼에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야구를 이야기하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 코치의 새 길과 이 코치 지도로 변화해갈 NC를 기대해볼 만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