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떨어지는 갑질 잇따르는 한국사회
지적·비판·답변도 품격 있어야 빛 발해

차이 나는 클래스, 황후의 품격, 신사의 품격 등 최근 대중문화 속에서 '품격'이란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또한 대통령의 품격, 국회의원의 품격, 교사의 품격, CEO의 품격, 리더의 품격 등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 품격이다.

품격(品格)은 국어사전에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고 풀이돼 있다. 영어로는 클래스(class)라고 표현한다. 한자를 보면 '품'은 '물건 품(品)'으로 표기하지만 우리말인 '품(행동이나 말씨에서 드러나는 태도나 됨됨이)'과 거의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격'은 '격식 격(格)'으로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뜻한다.

그런데 요즘 품격을 따지기에도 민망한 작태가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 오너나 가진 자들의 갑질이 그것이다. '갑질(gapgil)'이란 말이 한국에서 태생했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전 세계에 통용된다고 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엊그제 일본 사장이 회식 자리에서 "재밌는 것 해보라"며 펄펄 끓는 전골 냄비에 직원 얼굴을 담그게 해 화상을 입힌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 일본 사장을 비난할 깜냥이 못 되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직원 폭행은 예사며, 워크숍 하는 날 칼로 닭의 목을 내리치게 하고, 임원들 머리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염색시키는 기막힌 갑질을 서슴지 않는 CEO가 한국에 있다. 내로라하는 방송사 대표의 초등학생 딸이 운전기사에게 막말 폭언을 하고 해고시키는 꼴을 봐야 하는 곳도 바로 한국이다.

이러한 갑질은 알게 모르게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서 스멀거리고 있다. 그러다가 개인이 나름대로 유지하던 품격이 무너질 어떤 요건이 형성되는 순간 표출된다. 더 놀라운 것은 잠재적 갑질을 표출한 이들이 자신의 품격지수를 떨어뜨리는 일인 줄 전혀 모르거나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적 여론 탓에 잠시 질타를 받을 땐 반성하는 모션만 취하다가 시간이 흘러 유야무야되면 또다시 갑질을 되살린다. 저질 품격의 단면이다.

최근 밀양시의회 의장과 운영위원장이 술자리에서 시작된 농담성 갑질 발언으로 말미암아 서로 폭행까지 하게 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교 선후배로 알려진 두 의원은 의원 품격을 바닥에 떨어뜨려 놓고서야 얼마나 의원 품격이 중요하고 지키기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된 듯했다. 당연히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참담하고 창피하다고 혀를 찼다. 두 의원은 시민이 선출해 높여준 품격지수를 한순간 잘못으로 날려버렸으니 시민이 인정해주는 품격을 회복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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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의 품격은 의회 활동 중에서도 나타난다. 행정사무감사나 시정·군정 질문 때 앞뒤 정황이 맞지 않는 황당한 질문을 하거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지적만 일삼는 기초의원들이 더러 눈에 띈다. 지적도, 비판도, 설명도, 질문도, 답변도 품격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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