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교육청 <민주시민>교재 활용 사례 발표회
아이들 스스로 학급규칙 제정
학급토론서 청소년 권리 탐구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월 초·중·고 68개 학교에 배포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재 활용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지난 23일 도교육청 공감홀에서 열린 사례발표회에 교사와 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민주시민 교육 사례를 공유했다.

진주 갈전초교는 4년 전 혁신도시 내 설립된 학교로 인근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자 전학생·입학생 수가 예상치를 넘어 교실 12개를 증축했다. 강주희 교사는 "놀이시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충돌이 일어났다. 민주시민 교재 중 '내가 속한 공동체 알기'를 주제로 나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을 써보기 시작했다. 공동체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고자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스스로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부터 민주시민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함안중앙초교는 가야읍에 있는 6학급, 전교생 57명 규모 작은 학교다. 윤현숙 교사는 "학교 내 크고 작은 문제와 결정은 '형'인 고학년이 주로 결정하고 목소리가 큰 몇 명에 의해 좌우됐다. 4학년에게 '너희가 결정해 본적 있니?'라는 질문으로 민주시민 교육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편한 대로 하려고, 내 생각은 여러모로 부족해서'라는 문제 인식에 이어 모두가 참여해 학급 규칙을 스스로 만들었다. 자신의 의견이 학교생활을 바꾼다는 자신감을 경험한 이후 말(의견)이 많아지고, 학교 일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변화를 전했다.

<민주시민> 교재는 초등 3~4학년·5~6학년·중학교·고등학교용 등 4종이다. 교과서는 △민주주의 △선거 △인권 △평화 △미디어 △다문화 △노동 △연대 △정의 △안전을 주제로 동화·삽화·자료·광고·뉴스·포스터·신문기사·문학 작품 등 인문학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도록 짜였다. 중·고교는 토론 수업과 접목해 활용된다.

▲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3일 도교육청 공감홀에서 1월 배포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재 활용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이혜영 기자

거제 지세포중학교 한 학급은 2000년 제작된 <춘향뎐> 영화를 보고 어린 여자 주인공의 노출 연기를 소재로 '청소년은 모든 계약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가',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인가, 온전한 자유의 주체인가'를 토론했다. 강윤진 교사는 "청소년의 자유와 권리를 탐구함으로써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춘 고교에서 쉽지 않은 민주시민 교육을 도입한 사례도 발표됐다. 창원중앙고 진선미 교사는 남학생이 당면할 병역 문제와 연관지어 발표·토론한 내용을 소개했다. 진 교사는 "자유와 시민의 의무를 대주제로 양심적 병역 거부와 국방의 의무 간 상충문제를 논의했다. 최근 10년간 병역 거부로 형사처벌된 청년 현황과 그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의 수 등 통계를 기초자료로 제시했다. 토론 결과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진 교사는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학생생활기록부와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에 반영했고,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 활용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박혜숙 학교혁신과장은 "내년에는 더 많은 학교에서 혁신 2기 경남교육의 역점과제인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교재 활용 사례를 일선 학교에 전달·공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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