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2세, 윤성민 병원장
창원통일마라톤 등 100회 완주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 열망
"고향 못 밟은 아버지 한 풀고파"

"아버지 고향인 북녘에서 한 번은 달려보고 싶죠."

윤성민(53) 삼일정풍병원 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창원통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윤 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100번째 풀코스(42.195㎞) 마라톤 기록을 달성했다. 2003년 3·15 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16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100회 기록을 '통일'을 염원하는 대회에 맞춘 것은 아버지 고향인 평양에서도 한 번 달려보고 싶은 꿈 때문이다.

▲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윤성민 병원장.

◇마라톤 매력에 흠뻑 = 윤 원장은 2001년 부산에서 마산으로 이사왔다. 2002년 무렵 마라톤 인기가 높아지면서 흥미가 생긴 윤 원장은 2003년 3·15 마라톤대회서 입문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본 뒤 저녁마다 조깅이나 근력운동을 하며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온 그는 마라톤에 매료됐다. 2004년에는 학회에 갔다 로마마라톤 대회도 뛰었다.

윤 원장은 "시간이 허락할 때면 마라톤을 하곤 한다. 환자를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져 마라톤을 즐긴다. 국외 마라톤대회도 18회 다녀왔다"며 "저녁마다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다. 대회가 임박하면 부산에 있는 동호회와 함께 훈련도 한다. 30㎞ 정도를 달려야 풀코스 연습이 된다"고 했다.

마라톤 매력에 빠진 윤 원장은 병원 임직원들과도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풀코스뿐 아니라 5㎞, 10㎞ 등 임직원이 희망하는 구간 참가를 독려한다. 윤 원장은 "분기별로 한 번씩 임직원들과 등반대회를 하거나 마라톤대회 등에 참가한다. 직원들은 가족을 대동하고 걸으며 추억을 쌓기도 하고 나와 함께 풀코스를 뛰기도 한다"고 했다.

◇이산가족 2세의 꿈 = 윤 원장은 창원통일마라톤대회를 100회로 맞추고자 최근에는 거의 매주 마라톤 대회에 나섰다. 10월에만 4번 참가했고, 11월에도 통일마라톤을 포함해 2번 출전했다.

윤 원장은 "통일마라톤을 100회 마라톤 대회로 만들고 싶어 최근 노력을 많이 했다.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어 살이 6㎏ 빠졌지만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기념비적인 100번째 달리기를 창원통일마라톤대회에서 달성한 것은 통일을 염원하는 마라톤대회라는 점과 내년 4월에 열릴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윤 원장 아버지 고향은 평양이다. 아내 역시 이산가족 2세라 북녘에 대한 관심은 컸다. 더욱이 마라톤 매력에 빠진 그에게 평양마라톤대회는 어떤 국제대회보다 마음이 갔다.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기념행사에서 북측 관계자는 내년 4월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 남측 150여 명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는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현재 북측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창원통일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는 참가가 성사되면 추첨으로 참가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양가 부모님 모두 북이 고향이다. 부모님 모두 남북이 단절된 후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한이 있으실 것이다. 따지고 보면 평양이 내 본적이라 더 관심이 간다"며 "평양이, 북이 어떤 곳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스포츠대회 특성상 더 많은 교류가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은 과거처럼 얼어붙은 관계도 아니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며 웃었다.

▲ 평양마라톤대회 출전을 꿈꾸는 삼일정풍병원 윤성민 원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그는 내년 평양대회 참가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윤 원장은 "페이스메이커를 신청한 건 혹여나 평양대회에 가산점이 부여되지 않을까 해서다. 간절하게 뛰고 싶은 마음이 커 페이스메이커를 신청한 것이다. 통일이 되기 전에는 북에서 뛸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싶었다"면서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누군가는 북에 가려는 이유가 정치적 이유가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없다. 같은 뿌리에 있는 한민족에 대한 관심이 많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 남측 사람들이 갈 수 있더라도 넘어야 할 관문은 또 있다. 바로 추첨이다. 무수한 희망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윤 원장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꼭 평양에서 뛸 수 있길 바란다.

"평양마라톤대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 북에 대한 궁금증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같은 기준이라면 저 같은 이산가족 2세가 평양에 가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겠나? 같은 동포가 응원해주는 마라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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