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사인 추모 모임…27일 진주문고 문화관 여서재
미발표 시 '진주라는 곳'·새 출판물 <모래도시> 등 전시

지난달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타계한 진주 출신 허수경 시인의 추모 모임이 27일 오후 7시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본점 2층 문화관 여서재에서 열린다.

허 시인의 첫 시집 제목인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를 제목으로 해 열리는 이번 모임은 진주를 대표하는 지역 서점 진주문고가 주최하고 경상대 출판부와 지역쓰담(지역을 기록하는 모임)이 주관한다. 구체적으로 허수경 시인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과 독자들이 모여 시인의 작품을 낭독하고, 작품 감상과 그와 함께한 기억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 시인은 자신의 시를 진주 사투리로 다시 써서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라는 부제를 달아 시집에 나란히 실을 만큼 고향과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고 한다.

특히 이날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가 가지고 있던 허 시인의 미발표 시 '진주라는 곳'과 시인의 책도 행사장에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과 고등학교를 다니고/ 그리고 대학을 다니고/ 아버지를 여읜 곳// 진주라는 곳/ 거리에 여자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깔깔거리는 곳/ 거리에 사내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딱지를 놓던 곳/ 갈증을 풀 길 없는 청년들은 작은 술집에 앉아/ 먼 세계의 빛을 이야기 하던 곳// 작은 강이 흐르고/ 강 옆에는 대숲이 있고/ 늙어가는 여자들과 남자들이 대숲 아래에서/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곳// 뒤돌아보면 긴 긴 장강 같은 지나간 시간이 있고/ 다시 뒤돌아보면 장강을 이루던 시간이/ 신화 자체가 되는 곳// 눈물 많은 시인이 있던 곳/ 빛 많은 사람이 있는 곳/ 그 안에 작은 서점 하나 사람을 모으는 집을 짓는 곳// 대륙 두 개를 넘어 독일에서 나는 그곳을 생각한다/ 어스름한 빛 하나 작은 집을 내 마음에 짓는다/ 오 진주라는 곳" (미발표 작 '진주라는 곳' 전문)
허수경 시인 진주 추모 모임 03.jpg
허 시인은 1964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이듬해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를 발표했다. 이어 1992년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을 내고는 갑자기 독일 유학을 떠났다. 그가 독일에서 공부한 것은 고대동방고고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학자가 아닌 작가의 길을 계속 걸어왔다. 

그는 독일인 지도교수와 결혼해 독일에서 이때껏 살면서 2001년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2005년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2011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2016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 고고학을 통해 발견한 삶의 깊이를 표현하는 시집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 외에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와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와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형제 동화집>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다. 이를 통해 그동안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시인이 타계하기 얼마 전 산문집 <그대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 2018년 8월)가 재발간 됐다. 그리고 바로 얼마전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 2018년 11월)와 장편소설 <모래도시>(문학동네, 2018년 11월)도 새롭게 출판됐다.

추모 모임을 준비한 이들은 앞으로도 허 시인을 기억하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날 모임에서 판매할 시집의 수익금과 모금액은 모두 추모기금으로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다.

행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진주문고 여서재 김남웅 팀장(010-5693-5040)한테 연락해 물어보면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