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두고
여야-민주노총 이견 여전
최저임금 인상 여야 견해차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쟁점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의 21일 총파업으로 민감한 노동 현안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민감한 노동 현안을 조율하는 데 국회 및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와 관련해 접점을 찾아야 하며, 최저임금 인상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판하며 '노동개혁' 깃발을 내건 상태다. '귀족노조'로 불리는 현 기득권 노조의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결은 다르지만, '촛불세력'으로서 현 정권 탄생에 일정한 지분이 있는 민주노총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경제주체로서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이 다룰 노동 의제는 여야 각 정당과 노동계 관계설정과도 맞물려 정국을 달굴 전망이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11·21 총파업 대회를 열고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탄력근로제 확대 공감대…확대 기간이 쟁점

여야는 공히 탄력근로제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민주당 홍영표·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회동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또한, 21일 국회 정상화 합의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여야 3당 실무협의'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관련 법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확대 기간과 관련해서는 온도 차가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정도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주장하는 1년은 너무 길고 6개월로 늘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장시간 근로나 임금 삭감 등을 막을 방안을 고려하면서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조가 이날 총파업까지 강행하는 등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여당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정확한 기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산업 현장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6개월 이상'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즉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함으로써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노사 자율협의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에 관한) 당 입장은 6개월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최대 지지세력인 노동계에 포획돼 노동개혁에 소극적"이라며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과감한 노동개혁"이 요구된다고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및 본위원회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손경식 경총 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불가피" vs "최저임금 인상 조절해야"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지표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야당의 태도를 침소봉대 또는 견강부회로 인식한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실현이 어렵다고 인정한 만큼 일정 부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야권 일부가 내세우는 최저임금 인상 차등화에 대해서도 '결사반대'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업종별 차등화는 검토해볼 만하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방안에 대해선 "우리나라 특성상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관련해서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 폭을 결정하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각종 경제지표 악화, 민생경제 어려움의 주요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꼽고 있다. 그만큼 한국당의 최저임금 정책은 인상 폭을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당은 현재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정수를 줄이고, 국회가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공익위원 전원을 임명하는 구조여서 정부의 뜻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i노믹스'를 발표하며 지역적 특성을 살려 최저임금 교섭을 분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최저임금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인상 폭을 결정하기보다는 지역별·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바른미래당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하거나, 이 같은 방안이 여의치 않다면 인상 시기를 내년 7월 1일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지속해야" vs "무리한 정책…고용세습 촉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현재까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고리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자체를 흔들 태세지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자체를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성과주의에 급급한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당장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산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공공부문 및 대기업 노조 특권 타파,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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