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창원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는 파악된 것만 2000명을 훨씬 웃돈다. 그들 모두가 군과 경찰 등 국가권력에 의해 '마산형무소'에 갇혔다가 바다에 수장되거나 야산에 집단매몰되는 참변을 당했다. 전쟁 발발 직후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극이다. 공산군이 남하하면 동조세력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정치적 낙인이 찍힌 끝에 끔찍한 만행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함안군과 경계를 이루는 진동 진전 진북 등 삼진면과 여항산 주변에 특히 피해자가 많았던 것은 옛 마산시 방어전선으로 공방전이 치열해지면서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기 때문임은 최근의 조사결과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전쟁 68주년이 되는 올해 그들에 대한 추모와 명예회복이 절실하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그동안 흘린 유족들의 눈물을 씻어줄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도내에서는 함안군이 처음으로 추모공원을 조성한 것은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창원유족회가 그 모범을 좇아 위령탑 건립과 함께 추모공원을 조성해 줄 것을 진정하고 나서 이 현안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느낌이 짙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가 있은 지 한참이 지나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비로소 역사 바로세우기의 대단원에 하나의 획을 그은 것이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신원불명으로 유족의 비통함이 오죽하겠는가. 위령탑을 세워 외로운 혼을 달래고 진상규명을 철저히 함으로써 명예회복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완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창원에 위령탑과 추모공원이 조성되면 다른 자치단체도 주저치 않고 나설 것이다. 아울러 추모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위령제를 올리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평화와 인권교육을 강화하여 민주주의의 질과 양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기폭제로 삼을 수 있다. 국가가 그때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응어리진 민족의 한이 다소나마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창원시는 귀를 열어야 한다. 그들의 피맺힌 절규를 들어야 한다.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적지를 선정하고 필요한 행정 재정적 지원체제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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