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음란물 개념 모호해 판결로 구분
유포 시 처벌 강화 방향으로 공론화 필요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사건이 큰 이슈다. 그렇지만 양진호 회장의 주요 수익원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라는 웹하드 업체와 음란영상물 필터링 업체,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음란물을 삭제해주는 업체가 결탁한 일명 '웹하드 카르텔'이었다고 한다. 양진호 회장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음란물 생산과 유통, 그리고 규제'의 측면에서 이 사건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과거에도 형법에서는 음란표현물을 헌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물로 규제해왔다. 만약 다음과 같은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라는 사람은 취미로 연인 간의 성관계를 촬영하였고 이를 보관하고 있다. B라는 사람은 해외 성인영상물 사이트에서 포르노물을 내려받았고 그 영상을 가지고 있다. C라는 사람은 친구 2명이 같이 보자고 해서 소지하고 있는 포르노 영상을 보내준 적이 있다. 세 가지 경우 중에서 형법상 처벌받을 수 있는 경우는 C인데 형법 243조 음란표현물 반포죄에 해당한다. A의 경우는 반포, 판매, 임대, 전시하지 않으면 설사 음란표현물을 제조했다 하더라도 죄(형법 244조 음란표현물 제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B와 같이 단순히 음란영상물을 내려받아 소지하고 있는 경우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의 음란물 유통 규제는 많은 영상을 P2P 사이트를 통해 유통한 헤비업로더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에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의 무죄 판결이 잇따르면서 음란을 둘러싼 처벌 기준도 완화되고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형사법이 개인 사생활인 성적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복 추구권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에 규정된 '음란' 개념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가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으로 협소하게 정의되고 있다. 최근 재판부는 음란영상물 유통 행위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형사법상 규제 대상이 될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점차 음란 영상을 둘러싼 현실과 법규 사이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영상 유통이 보편화한 시대에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문제없이 해외 사이트나 P2P 사이트를 통해서 소프트 포르노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업자나 내국인이 소프트 포르노를 제작하여 유통하면 유죄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모두가 즐기지만, 누군가 유통하면 유죄가 되는 상황, 그래서 해외업자들만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 시대에 어떤 영상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규제할 것인지, 현실과 법제 간의 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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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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