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위해 헌신하는 부모 세대
당장 작은 효도부터 실천했으면

나는 올해 2월부터 결혼식을 위해 달려왔다. 결혼준비를 무척이나 오랜 시간 진행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별달리 없었다. 그저 일찍 결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빨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던지…. 데이트가 끝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항상 함께 있을 수 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이지 꿈만 같고 행복해 보였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행복할 줄 알았던 나의 환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준비하는 내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차츰 깨달아 가는 것도 있었다.

내가 사고 싶은 전자제품을 사고 집도 장만하고 또 꾸미고,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도 사고…, 프러포즈도 멋지게 받고…,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어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부모님이었다.

우리 엄마는 다이아 반지 하나 가지고 있지 않고 냉장고를 10년이 넘게 쓰고 있으면서도 결혼하는 딸을 위해 무엇이든 주려고만 하신다. 우리 아빠는 자식을 결혼시키면 누구나 맞추는 정장이나 구두도 돈 아깝다고 맞추시지 않고 그 돈을 내 통장으로 자꾸만 넣어주신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모은 돈으로 엄마 아빠에게 해주려고 하면 화를 내시며 네가 잘사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그거면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한사코 안 받으신다. 나는 많이 받았는데….

계속 마음에 걸렸고 또 걸린다.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하고 지난날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해 속상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하기로 했다. 내가 사주고 싶은 것은 그냥 무작정 사드렸다. 이미 사서 반품이 안 된다는 뻔한 거짓말부터 달에 한번은 무조건 집에서 자고 오기, 예비 신랑 데려가서 맛있는 식사 대접하기, 직접 김치찌개 끓여 드리기, 집 대청소하기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물론 마음이 후련하진 않았다.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니까….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나 역시 성숙해 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혼하면 철든다는 옛말들이 마음에 남았다.

이제 내 결혼식은 이 글이 실리고 단 며칠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날 인생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엄마가 걸어간 그 길을 그대로 걸어갈 것이고 아빠의 손을 잡고 사랑하는 남자의 곁으로 갈 것이다.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진정한 딸로 거듭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부모님을 생각하고 효도해 갈 것이며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을 우리 부모님이 사랑할 손주에게 전해줄 것이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영원히 이어주는 딸이 될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있고 부모님의 사랑을 실감하고 있고 진정한 효도라는 것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지난날 내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왔듯이 이제는 부모님보다 내가 더 부모님을 생각해야겠다고. 그렇게 하면 아직 늦지 않은 것이라고. 앞으로 효도할 날이 더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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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부모님을 생각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그리고 망설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실행하라. 왜냐하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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