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행복한 향기'그리는 소년
회화분야 두각 13세 첫 개인전…내달 김해서 세 번째 전시 준비
친구와 대화·여행·학교생활…일상 속에서 작품 '영감'얻어
미대 진학해 화가 되는 게 꿈…"그림에 나만의 이야기 담고파"

그림이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그림 속 셀 수 없는 입과 눈이 신비롭고 재미있는 상상 속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림에서 향기가 난다. '이야기를 향기로 남기고 싶었다'는 화가는 가장 자기다운 방법으로 캔버스에 향기를 담았다.

이러한 작품들을 보고 경남미술협회는 "10대 소년이 그린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운 놀라운 집중력과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열세 살 때 첫 개인전을 한 김해삼문고등학교 우시온(17) 학생은 작년에 이어 3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온 군은 그저 "다양한 경험·추억·감정을 소재로 마음속에 담아온 세상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놀라움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김해삼문고 우시온 학생.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종이와 연필, 책과 놀던 아이

시온 군은 3살 때부터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끼고 다녔다. 음식점 한 편에서 그림을 그렸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거울에 스케치북을 대고 그림을 그렸다.

길가에 핀 꽃이며 개미 등 살아 있는 작은 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참 관찰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다. 시와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부모를 따라 도서관과 미술관을 어릴 때부터 자주 들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3년, 시온 군은 경남도사이버영재교육원 초등문학 과정을 수료했다. 결과물인 책을 만들면서 그림과 이야기를 함께 수록했고, 이때 그린 그림을 한 갤러리에 우연한 기회로 내보이면서 2014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

이후 초대 기획전 초청이 잇따랐다. 2014년 제9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영아티스트 초대전, 2016년 (사)부산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콜라보 초대전, 2017 김해가야테마파크 초대전에 이어 올해 5월 '드영미술관 개관 기념 100인 초대 개관전'에 참여했다. 지난해 창원 숲갤러리에서 '소년, 시간을 그리다' 개인전을 했고, 12월 김해 팔판작은도서관에서 3번째 개인전을 연다. 팔판작은도서관은 지난해 '미술특화도서관'으로 새로 단장했다.

시온 군은 "지금도 어릴 때 봤던 미술관 전시 작품과 시집을 읽고 있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특히 영재교육원에서 진행한 문학 여행·수업 등이 그림에 많은 영감을 줬고 도움이 됐다. 영감은 친구들과의 대화, 음악, 영화, 책, 경험 등 일상의 모든 것에서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시온 군은 놀기 삼아 그린 초등학교 작품까지 모두 보관하고 있다. 선 하나와 꽃잎 하나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시온 군의 독창적인 그림은 완성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60여 작품을 보관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시온 군은 학교에서 드로잉 노트를 들고 다니는 것 외에는 다른 학생과 차이가 없다. 야간자율학습까지 학교 일과를 모두 소화하고 남은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늘 그림 그리기에 목말라 있다.

"고등학생이 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은 저녁, 주말, 방학밖에 없어요. 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에 새벽까지 그릴 때도 있어요. 많이 못 그린 것 같은데 두세 시간이 흘러가 있어요. 늦게 자면 다음날 학교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조절하려고 노력해요. 부모님은 학교생활과 즐거움은 지금만 누릴 수 있다며 학교생활에 충실하라고 말씀하세요. 프로젝트 수업이나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와 관심사에서 영감을 얻기도 해서 학교생활에 만족해요."

▲ 그림을 그리는 우시온 학생.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작은 점에서 시작해 부분을 완성하고 전체 이야기를 담아낸다.

◇신화·꽃·생명 존중 넘치는 작품세계

시온 군 작품에는 꽃·대나무 등 식물과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대체로 복잡하게 선이 얽혀 부분부분 이야기가 있고 전체 주제를 향하고 있다. 세밀함이 돋보인다.

평소 길에서 주워 온 씨앗을 일일이 다 심어보고 꽃은 말려서 형태·색감의 변화 등을 관찰하기를 반복한다. 상추나 배추에서 발견한 개미와 달팽이도 화분에서 키우며 지켜본다. 관찰한 것을 머리에 저장하고 이야기를 붙여 표현하는 재능은 타고났다.

시온 군은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작은 점에서 시작해 부분을 완성하고 전체 이야기를 담아낸다. 신문 펼친 크기 작품이 점 하나에서 시작해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은 "머릿속에 밑그림이 있다"는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완성된 그림이 보고 싶어 멈출 수가 없어요. 가끔은 잠깐 쉬다 다시 그리면 그때 그 순간 감정이나 상상이 기억 안 날 때도 있지만, 실수하면 또 의도하진 않았지만 다른 방향으로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도 재밌다"고 하는 시온 군 상상의 끝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 중 '달밤의 노래'는 어미 새가 죽은 새끼를 위해 간절한 노래를 부르고, 감동한 새끼가 꽃이 되어 어미 새를 위로하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사계절 풍경과 색감을 담은 '가을로 타오르는 향기', '겨울이 속삭인 향기' 등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향기를 그림에 담아 '영원'을 표현했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좋아해 그림에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은 못 그려도 좋고, 잘 그려도 좋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꼭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와 시각을 가지고 있잖아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아봐 주는 것도 좋지만, 보는 사람마다 자신 이야기를 얹어 새롭게 해석해주면 더 좋아요. 그림의 매력인 것 같아요."

내년에 고3이 되는 시온 군은 순수회화과가 있는 미술대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림으로 행복을 전하는 행복한 화가'가 되길 꿈꾼다.

시온 군 작품은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히며 동심에서 멀어진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기운을 발산한다. 작품을 보는 이들은 시온 군의 시간이 흘러도 이 기운이 변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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