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가 파행을 빚다가 난장판 속에서마무리되었다. 경남교육청은 공청회와 여러 경로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수정과정을 거쳐 12월에는 경남도의회에 상정하겠다는 태도다.

절차는 밟았지만, 21일 공청회는 토론과 숙의의 장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인권신장을 위하여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육자들이 찬반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함께 지혜로운 방안을 논의하기는커녕 볼썽사나운 억지와 고성, 몸싸움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끝났다. 이유를 막론하고 학생들에겐 창피스러운 자리가 되고 말았다.

공청회가 시작되자 반대 측은 일방적인 설명을 그만두라며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조례안에 대한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질문을 하겠다며 연단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주제발표를 진행하자 패널 구성을 이유 삼아 거친 항의를 서슴지 않더니 급기야는 물병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였다. 반대 구호를 외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시작한 공청회 첫 발제자로 나선 한 학생은 충돌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며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도 미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발표를 하기에 앞서 많이 무섭고 떨린다. 물병이나 다른 것들이 날아와 맞을 수도 있고, 아까 제 이름을 읽고 간 사람들도 있어 더 무섭다"라고도 고백했다.

찬반 입장을 떠나 참석한 학생들, 뉴스를 통해 영상을 본 어린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청회 자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학생들의 목소리에 어른들이 귀를 기울여가며 슬기롭게 의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이 되었어야만 했다.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서로 생각이 달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귀담아듣고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늘 가르치지 않았던가. 조례가 제정된다 하더라도 의견차는 남게 마련이다. 민주적 토론의 규칙조차 지킬 줄 모르면서 법과 제도, 책임과 권리에 대하여 논할 수는 없으니 진정한 성찰이 따르길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