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 풍요 기원한 전통상여 나무 장식물, 창원역사민속관서 전시

죽은 자가 현세에서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였던 '상여'. 어떤 이는 수레를 상여 삼아 들꽃이나 뿌려달라 했고 어떤 이는 시집올 때 탔던 꽃가마 대신 꽃상여 타고 황천길을 떠난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근대까지 만들어 행해졌던 상여 장식. 우리는 대대로 상여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망자가 잠시 거처하는 곳으로 생각해 상여를 화려하게 꾸몄다. 그 중심에 '목인'이 있다.

▲ 창원역사민속관 '한국 전통 상여 장식, 목인'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목상여.

창원역사민속관이 '한국 전통 상여 장식, 목인'전을 열었다. 사람과 동물, 꽃, 새를 나무로 조각해 만든 것을 일컫는 목인은 상여 곳곳에 세워졌다. 후손들은 망자의 사후 세계가 더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목인에 담았다.

전시장에는 평소 보기 어려웠던 목인 등 유물 340여 점이 내걸렸다. 서울 목인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이다. 특히 전시장 한가운데 놓여 있는 '목상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인의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상여 맨 위 피리를 부르는 목인이 망자의 저승길을 동행하고, 여러 목인들이 상여를 둘러싸 수행자 역할을 한다. 종교에 관련된 인물, 설화 속 주인공, 평범한 사람 등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 상여의 상단 앞에는 극락세계로 가길 기원하는 용수판이 있다.

▲ ▲상여 앞부분에 다는 용수판.

상여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장식이 화려해졌다고 알려졌다. 또 제작 시기에 따라 당시의 풍속을 알 수 있어 한국 전통 상례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근대에는 목인에 순사처럼 제복을 입은 남성이 등장하고 여인도 1900년대 중반 변형을 겪은 한복 차림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상훈 창원역사민속관 학예연구사는 "목인은 한국인의 전통적 저승관을 엿볼 수 있어 중요하다. 또 상여 장식에서 한국인의 독특한 미의식과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러 인물상 모습. '아니가든 못하리라'가 적혀 있다.
▲ ▲여러 인물상 모습.

누군가가 태어나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상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날 수 있는 목인들이 오늘의 의미를 묻는 듯하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오는 28일 오후 2시에는 김의광 서울 목인박물관 관장이 창원역사민속관을 찾아 '상여장식과 무덤 석상 등을 통해 본 조선시대 장례풍습과 토속신앙에 대한 이해'로 강좌를 한다. 문의 055-714-7645.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