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알잖아요 사랑이 독감 같다는 거
첫사랑·사춘기 마음 담은 동시
부모도 함께 읽으면 좋을 '동심'

'나이가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라와나 블랙웰(미국 소설가)'

얼마 전 어느 공공기관 화장실에서 이 문구를 보고 격하게 공감한 건 아마 요즘 나이듦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일 것이다. 김해에 사는 김륭 시인의 여섯 번째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창비, 2018년 9월)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어른이 된다는 실로 두렵고 무거운 사실, 그래서 대부분은 은근슬쩍 한편으로 밀어버리고 마는 고민이 시집에 가득 담겼다. 어릴 적 이런 시들을 읽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됐을까?

1·2부에는 첫사랑과 사춘기에 대한 시가 담겼다.

"걔만 보면 심장이 뛴다/ 두근두근 뛰다가 둥둥 뛰어서/ 몸을 뚫고 나가면// 달// 뛴다, 달이 잠도 안 자고/ 밤새 뛰는 달 위에/ 나는 놈!"('소녀 무사 나홍주' 중에서)

"예방 주사를 맞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이 그런 거잖아요// 선생님, 내기 할까요? 예방 주사 다섯 방 맞고/ 사랑이 오나, 안 오나"('독감' 전문)

사랑은 항상 찾아온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 시기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사실 사랑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적어도 진짜 사랑을 해본 이라면 그래도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공감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어른은 많지 않다.

"어른들은 잘 모른다. 입과 눈과 코가 항상 제자리에 있는 줄 안다. 가끔씩 입이 물속으로 가라앉기도 하고 코가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는 걸 모른다. 그런 어른들이 내 마음속에 수백 수천 마리 물고기가 산다는 걸 알 리가 없다."('가자미이거나 넙치이거나' 중에서)

그래서일까. 3·4부에는 마치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솔직한 고백 같은 시들이 담겼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른이 있다고 머리말에서 시인은 말했지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우리 어른의 마음속에도 아이가 있다.

"그러니까 둘은 모두 1학년이다. 어른들 마음속에 있는 아이도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어른도 1학년이다. 함께 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사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심이란 게 그렇고 첫사랑이란 게 그런 것 아닐까."('머리말' 중에서)

그래서 이 동시집은 부모가 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직접 읽어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연애·사랑이란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또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나눠보면 좋겠다.

"문득 어른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저 어른으로 보여요?// 그래, 그런데 그럼 뭐 하니, 철이 없는데…….// 나 원 참, 어이가 없다. 그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낮잠' 전문)

창작과 비평사. 160쪽. 1만 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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