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은 2000년 여성세계정상기금(WWSF)이 정한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이며, 다음날인 20일은 1989년 같은 날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정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세계어린이의날이었다. 한국은 1991년에 협약을 비준하였고,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에는 해마다 기념식을 치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발간한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는 아동학대 사례 건수가 2001년 2105건에서 2016년 1만 8700건으로 무려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아동학대 건수가 증가했다기보다는 관련 법과 체계가 갖추어지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조처가 가능해졌고,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학대 유형은 2001년은 방임(31.9%)과 중복학대(29.6%), 신체학대(22.6%)가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그다음이 정서학대(5.4%)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중복학대가 절반에 가까운 48%였고, 정서학대(19.2%), 방임(15.6%), 신체학대(14.5%) 등의 순서를 보였다. 아동학대의 상징인 신체학대나 방임이 줄어든 것도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까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복학대와 정서학대가 늘었다는 점에서 학대 유형이 더욱 심각해지거나 교묘해지고 있거나, 은폐되기 쉬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에서 2014년에 제·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의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특례법임에도 여전히 학대 행위자에 대한 낮은 처벌 수준은 아동학대 근절에 무력할 수 있다. 피해 아동과 아동학대 행위자의 관계, 원가정보호나 피해 아동의 의사 등을 이유로 행위자를 기소유예에 처할 수 있게 한 규정도 적극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

물론 아동학대 행위자의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에 중점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보수 단체들의 반발에서 보듯 도내 청소년들은 헌법에서 명문화한 국민의 기본권을 누리기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어른 말에 순응해야 하는 권리 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인식이 개선되도록 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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