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남에 본사를 둔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지역 경제계와 명망가를 중심으로 하여 창투사 준비위원회가 발족하였지만, 경남 경제계가 지나치게 늦게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많은 활동을 벌여서 다른 지역을 능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는 기대도 크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창업투자회사는 전국에 현재 136개나 있다. 이 중에서 124개사는 오롯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경남에는 하나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 경남 출신의 벤처 창업기업들은 기업설명회조차 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경남지역 제조업의 특수한 기술 활동을 지원하는 벤처기업을 제외하고 경남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한다는 건 철없는 치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2017년도 정부의 벤처투자액 2조 3803억 원 중에서 수도권에 1조 8030억(75.8%) 원이 배정된 반면, 경남은 159억(0.6%) 원만 배정된 것도 바로 이런 지역경제 생태계의 반영인 셈이다. 중앙정부가 벤처투자를 수도권에 집중해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방경제가 경제활동의 새로운 방식이나 기업 생태계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격차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조업을 제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은 벤처와 같은 기업들이다. 각종 기술 서비스와 제조업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벤처기업들은 청년층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다. 청년들이 가진 비범한 아이디어를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건 바로 튼튼한 자금줄의 유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상품의 등장은 전체 인구 중에서 0.1%도 되지 않는 천재들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이전에 하지 않았던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환경의 유무가 핵심이다.

모험을 기치로 거는 벤처기업들마저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야하는 게 현실이다. 이 기업들을 비난하기보다 벤처창업마저도 어렵게 만드는 현실을 이제라도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창업투자사 설립은 제대로 성과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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