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가 냉전논리 펴는 기막힌 상황
평화 모드 훼방꾼, 누구와도 대적해야

술 담배 양껏 누리고도 아흔여섯에야 세상을 놓은 큰고모는 입버릇처럼 "야~야 세상일 장담 몬하니라이.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되니라이"하시더라. 인생무상이나 새옹지마의 음양설 버전인 그 말씀이 아메리카의 요즘 사정에 딱 들어맞는다. 거꾸로 빗어 올린 헐빈한 노랑머리, 심술 붙은 볼때기, 불만스러운 눈빛의 변덕스러운 불퉁가지 영감이라 손사래 치던 트럼프. 그가 예쁘기조차 한 것은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관한 그의 우호적 태도 때문이다. 반면에 아메리카 진보의 표징이라 흠모하며 친애하던 NYT에는 실망을 넘어 적대의 감정마저 생긴다.

NYT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용될 수 있는 12개 이상의 비밀기지가 발견됐다"라 보도했다. 당장 한미 양국의 야당이 부르르 끓는다. 못마땅하기 짝이 없는 대북 화해 무드에 제동을 걸 호재를 만난 셈이다. 타격점을 노리던 조중동이 일제히 나서고 종편, 포털과 겨끔내기로 온종일 반복보도에 들어간다. 정보기관과 정부가 제아무리 "아니라" 손사래 쳐도 공개된 12장의 사진 모두가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인 3월 29일에 찍은 것이라 밝혀도 이미 SNS를 통한 여론시장에 깊이 들어섰다.

거칠게 표현하면 '김정은의 북한은 악하다. 그러므로 한미는 강력한 군사적 응징과 경제제재를 통해 그들의 숨통을 조여야 한다'라는 것이 해빙을 반대하는 자들의 논지다. 어이없는 것은 천하의 NYT가 그런 논리 생산의 근거지인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고 조선은 그런 NYT를 되끌어와 그 명성에 기대 정부 공격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번에 그 허랑한 쳇바퀴를 멈칫거리게 한 것은 외려 트럼프의 트위터였다. 그는 "NYT의 그 기사는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또 하나의 가짜뉴스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거의 모든 미국 미디어가 전망하길 겨우 10%의 당선 확률밖에 없던 트럼프였다. 그가 덜컥 대권을 쥐더니 대북관계에 획기적 전환이 일어난다. 그것은 분단 70년의 동토에 해빙의 전조를 비추는 군불이 된다. 하마 우리가 예뻐서이겠는가. 이 천방지축의 아메리칸이 그간의 정치 관행을 일 같잖게 깨뜨리며 우리를 향해 웃다 화내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물론 나름의 요량이 있어서다. 그 자신의 성취를 드높일 계책 중에 우리가 속했으니 상인의 잇속으로 서로의 욕망을 거래해보자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불운을 타고난 땅이다. 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은 '기존 패권국의 쇠퇴와 신흥 강국의 도전'이라는 권력 이동기에 '피'로써 푸닥거리를 치러왔던바 그 빌어먹을 소동을 꼭 우리 땅에서 벌였다. 임진왜란은 '1차 중일전쟁', 청일전쟁은 '2차 중일전쟁'이라 정의한다는 중국 측 학자들의 사관은 비단 일부의 견해라 하나 뼈에다 새겨야 한다.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강토가 초토화되고 수탈당하고 참혹하게 살해되고 능욕당하고 끌려가고 했던 참상이 우리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땅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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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서 대적할 힘이 없기에 빳빳이 고개 치켜들고 외고 펼 수는 없지만, 그간 미·일·중·러라는 오랑캐에 당한 수모를 각골명심해야 한다. 남북이 힘을 합해 평화롭게 통일에 이르는 것을 저들 아무도 원치 않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땅이 또다시 저들의 이득을 위한 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분단극복을 훼방하는 그 누구와도 대적해야 한다. 하물며 개인적 영달과 속한 무리의 이득에 사로잡혀 분단고착을 획책하는 내부의 적폐들에 있어서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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