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안 받고 우량농지 조성
도의원 "불법인 줄 몰라"해명
군 원상복구 명령·경찰 수사

"이게 뭡니까. 무법천지입니더. 무법천지!"

하동군 전 도의원이 자신의 땅을 불법으로 무단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하동군과 지역 주민에 따르면 도의원 출신인 양모(70) 씨는 지난 5월 북천면 가평마을 바로 뒤에 있는 밭과 임야로 된 7필지(1만 783㎡)를 사들였다. 이후 주민들에게 감나무 등 과실수를 심는다는 얘기를 하며 10여 일전부터 대형 굴삭기를 동원해 공사에 들어갔다. 땅은 ㄱ씨 아들 명의로 돼 있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 문제가 터졌다. 경사가 급한 주변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 공사 탓에 가평마을 옆 작은 계곡으로 흐르는 물길이 마을 방향으로 바뀌면서 침수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며칠 전 비가 조금 왔을 때 마을 중앙으로 흙탕물이 내려와 불편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한 주민은 "마을 뒷산은 경사가 급한 데다 큰 돌이 많은 곳이어서 비가 조금만 와도 한꺼번에 많은 물이 내려온다. 이번 공사로 물길이 바뀌어서 집중호우 때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전 도의원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마을에 피해를 주는 공사를 하면 되겠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불법 훼손된 하동군 북천면 가평마을 뒤편 모습. /허귀용 기자

가장 큰 문제는 하동군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공사를 했다는 점이다. 우량농지 조성에 따른 개발 행위를 허가받지 않고 공사를 한 데다가 임야를 무단으로 불법 훼손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공사 현장을 확인한 결과 경사가 급한 탓에 주변에 있는 돌을 이용해 석축을 쌓고 넓게 평탄 작업이 이뤄져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를 안 해도 나무를 심을 수 있는데 아마도 다른 걸 하려고 하지 않냐"며 의문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우량농지로 개발하려고 공사를 했는데 불법인 줄은 몰랐다. 임야는 예전부터 이미 훼손된 상태여서 이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불법 사실을 확인한 하동군은 현재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동군 도시건축과 관계자는 "불법 사실이 확인된 만큼 조만간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하동경찰서도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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