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재감사에 증인 불출석 자료제출도 부실
자정능력 상실…'경남도, 도립대학 손 놔' 비판

올해 8월 '역량 강화대학'으로 지정돼 정원 감축과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국에 총장마저 장기간 공석인 '경남도립 거창대학'의 난맥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교수들이 '꼼수 강의 편성'으로 강의료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동안 학생들은 열악한 기숙사에 기거하며 교수들의 편의에 맞춰 수업을 들어왔다는 질타가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경남도는 거창대학 혁신 과제 도출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차기 총장 공모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결과적으로 도립대학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기강해이 행태마저 나타났다.

20일 열린 거창대학에 대한 도의회 감사는 지난 14일 현장 감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게 되었는데, 당시 자료가 미비할 뿐 아니라 답변 역시 원활하지 않아 도의회가 '재감사'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재감사였음에도 거창대학의 자료 미비와 답변 부실은 재차 지적됐다. 더욱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모 학과장이 사전 통보 없이 감사 직전 몸살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해와 감사에 나선 기획행정위원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기획행정위원회는 모 학과장의 감사 불출석 사유의 진위와 향후 대응을 논의하고자 몇 차례 정회하기도 했다.

황재은(민주당·비례) 의원은 먼저 거창대학이 '학생을 위한 대학이 아닌 교수들을 위한 대학'으로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2차례에 이르는 학칙 개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학생 복지나 수업환경 개선을 위한 학칙 개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황 의원은 "12번의 학칙 개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교수들 강의료가 추가 지급될 수 있게 됐고 그들의 근무 평점도 높아질 수 있게 된 반면, 학생을 위한 개정 사항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황 의원은 "전국 여타 도립대학과 비교했을 때 유독 거창대학의 등록금이 높은데 교수들의 평균 논문 발표 건수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문철(민주당·창원6) 의원은 학칙 변경을 통해 전임강사 강의 시수를 기존 12시간에서 9시간으로 줄이면서 일명 '강의료 타먹기'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욱(민주당·김해1) 의원은 "수학 전공자가 직업윤리, 인간관계론,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학과장 판단에 따라 수학 전공자에게 인문 과목을 맡겨도 되냐"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신 의원은 "안 그래도 학교가 어수선한 분위기인데, 강의 적임자라도 찾아서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질의를 하는 도의원들은 거창대학의 현실 앞에서 한숨부터 내쉬는 모습이었다.

성낙인(자유한국당·창녕1) 의원은 "전임 총장과 더불어 교직원 모두 학교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지역발전에 대한 고민은 고사하고 학교를 자기들 발판으로만 삼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진(민주당·창원3) 의원은 "현장 감사에서 학생들 기숙사를 보고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삶의 질이 내팽개쳐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예상원(자유한국당·밀양2) 의원은 "거창에 도립대학이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하는 건데,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교수들을 위한 학교로 만들어 왔다. 수업도 교수 편의에 따라 짜여 있고 학생들을 거기에 끼워 맞춰 왔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조기여 총장 직무대리는 쏟아지는 질의에 연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조 직무대리는 "지금 부족한 부분이 많고 안이한 부분도 많았다. 혁신을 통해서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 기획조정실에서는 거창대학이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되고 총장 역시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혁신 방안 도출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총장 공모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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