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측 줄곧 고성·몸싸움
제대로 토론 못하고 마무리
참가 학생 "뭘 배우겠나?"

경남학생인권조례안 공청회장이 어른들 고함과 방해로 아수라장이 됐다.

경남도교육청은 20일 오후 2시 경남도교육연수원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의견 수렴 공청회를 열었다. 학생 80명, 학부모 80명, 교사 80명, 시민 80명, 학교운영위원 10명 등 모두 330명이 참석한 공청회는 시작부터 조례를 반대하는 이들의 격렬한 항의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필우 거제여상 교사가 조례안을 설명하자 20여 명은 "인권의 반대가 왜 폭력이냐", "왜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느냐"며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자가 "조례안을 설명하고 준비된 발표자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 시간이 있다. 공청회를 계속 방해하면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들은 단상 앞까지 나가 항의했다.

▲ 경상남도 학생인권조례 의견수렴 공청회가 20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장에서 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단상 앞쪽으로 나와 사회자 교체를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들은 "임신과 출산이 어느 법에 보장됐냐", "전교조는 물러나라", "학생인권조례는 에이즈를 양산할 것"이라고 계속 고함을 질렀다. 다른 참가자들이 "앉아라", "설명을 들어보자", "질문 순서는 토론회가 끝나면 있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들의 방해 탓에 설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토론회는 1시간 남짓 지연됐다. 거세게 항의하던 이들 중 일부가 단상 마이크를 빼가면서 몸싸움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 관계자는 손목에 찰과상을 입었다.

1시간 넘게 난동이 이어진 뒤 도교육청은 토론회를 이어갔지만 토론회는 엉망이 됐다. 항의하던 이들이 토론회 끝까지 단상 앞에서 조례 제정 반대를 외쳤고, 토론자들의 이야기는 참석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들 중 한 사람은 구호를 외치다 밀려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토론회가 원활했던 유일한 순간은 반대 측 토론자로 나온 최수일 경남미래교육연대 사무총장이 발언할 때였다. 최 총장이 "학생인권조례는 좌편향된 특정 정파의 인권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면 폐지하고 새로운 인권조례안을 만들라"고 하자 이들은 박수를 치고 함성을 내질렀다.

이 모습을 본 학생들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어른들의 모습이 청소년의 거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청회를 방해한 이들을 비판했다.

김해 대청고의 한 학생은 "조례를 반대하는 어른들은 특정 단어만을 트집잡는다. 하지만 조례안에 내포된 내용들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헌법에 규정된 내용을 반대하는 일부 어른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산청 간디고의 학생은 공청회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에게 중요한 문제다. 학생인권조례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학생 참석자 비율을 높였여야 한다. 어른들은 우리를 미성숙한 존재라고 치부하는데 정작 본인들이 한 행동이 더 미성숙했다. 학생들이 어른들에게 뭘 보고 배워야 하냐"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장 밖에서는 찬성과 반대 측 단체가 각각 집회를 했다. 경찰 200여 명이 배치됐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30여 명은 이날 낮 12시 30분께부터 경남교육연수원 앞에서 집회를 했다. 한 참석자는 "학생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다. 학생이기 전에 인간이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 경남도민연합 200여 명은 오후 1시께부터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경남도민연합 집회 참석자는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이 학생답지 않게 된다. 동성애를 옹호하고 보장하려는 교육을 하려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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