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에 둥지 마련한 생활산수화 작가, 이화여대박물관서 특별전

20여 년 전 한 마을의 풍경에 눈길이 멈춘다. 이호신 화백이 1991년부터 그린 강원 정선의 모습이다. '여량의 늦가을, 정선(1993)'에 오늘 정선의 늦가을이 궁금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선 아우라지 사공(1991)'을 보니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산청 남사예담촌에서 생활산수화를 그리는 이호신 화백이 서울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2층 전시관에서 '마을진경'전을 열었다.

그가 2015년에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에 기증한 작품, 화첩, 스케치북 등 269점 가운데 작품 일부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은 이호신 화백의 기증 특별전을 위해 그가 기증한 작품(1990~2011) 중 50여 점을 선별해 전시장에 내걸었다고 밝혔다.

▲ 이호신 작 '남해 가천마을1'.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화백은 지리산 자락을 그리기에 앞서 많은 산에 올라 마을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 '누대의 터-고창 상갑리 고인돌 마을에서(1991)', '임실 필봉산 필봉마을(2003)', '충주 단월 달래강의 밤(2005)', '경주 설창산 양동마을의 봄(2006)' 등 전남, 경기, 강원, 경남, 제주도 등의 마을을 볼 수 있다. 고구려 옛 유적지 중국 집안과 환인 지역을 그린 '오녀산성의 밤(1999)', '환도산성의 겨울(1999)'과 같은 대작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는 풍경만 그리지 않는다. 언제나 마을을 이루는 주민 이야기를 담는다. 화백은 그들과 부대끼며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안다. 그리고 홀로 앉아 화첩을 펼치고 그들의 삶과 터전을 어루만진다. 이렇게 그린 곳곳의 마을은 기록처럼 남아 있다. 어쩌면 지금은 사라져 다시 볼 수 없는 곳도 있기에, 화백이 마을을 순례하며 기록하는 행위는 기억의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다.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역사에 보전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의도는 사실의 정신에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화백은 "붓을 들고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떠났다. 민초의 삶과 그 둥지인 마을을 통해 애린과 나눔, 공생을 떠올렸다. 그 일은 노동과 인문의 바탕 위에서 구현되어야 하고 사생을 넘어 사의로 재해석되어야 함을, 그 무게감을 안다"고 고백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문의 02-3277-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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