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 인가 보다. 지인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산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대박이 터질 거라 기대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KAI가 10조 원이 훨씬 넘는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을 따놓은 당상이라고 자신했다. 항공정비(MRO) 사업까지 유치하면 날개를 단다고 웃었다. 하지만, MRO 유치 성공으로 찔끔 오르더니 APT 사업 실패 후 주식은 지인이 산 가격의 반 토막도 안 된다. 측은하지만 한국 항공산업을 10년이나 앞당길 기회를 놓쳤다는 탄식이 쏟아지는데 개미가 돈 조금(?) 잃은 게 대수랴 싶다.

APT 좌절 후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이다. 진주·사천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방산과 KAI 비리를 수사했기 때문'이라고 연일 성토 중이다. 얼마 전 진주와 사천의 항공산업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는 토론회도 열렸다.

해법은 여러 가지다. 정부 지원을 벗어나 이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건 오래된 숙제다. '원가절감과 기술경쟁력을 갖추자', '군수에서 민간수주 위주로 바꾸자'는 것도 원론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개발해서 수출품목을 다각화하고, 항공 전문인력 양성과 사천공항의 국제화도 필요하다. 다들 공감하는 결론은 국가가 주도하고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하자는 건데 '파이 챙기기' 다툼은 여전하다. 중형위성개발센터 유치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만만찮은데 말이다.

이영호.jpg

진주·사천을 100만 도시로 키운다는 경남 항공국가산업단지와 MRO 단지 조성사업은 보상이 안 돼 차일피일이다. 아파트만 늘고 있다. 비행기는 산으로 가고, 내일 KAI 사장과 사천시장이 만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