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2회 이상 재범률 44%에 달해
관대한 술 문화·낮은 처벌수위 바꿔야

"현재 ○○에서 음주운전 단속 중." 지역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간혹 올라오는 글이다. 이 글에는 대부분 "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붙었다. "이런 글이 음주운전을 부추긴다"는 댓글도 달렸지만, 대부분 네티즌은 "이 글을 보고 술을 마신 누군가는 운전대를 잡지 않을 것이므로 도리어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 음주운전 벌금이 과하다며 처음 글을 올린 이를 옹호하는 댓글도 제법 있었다.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관대하다.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고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는 이유로 음주경감을 받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술은 성인이라면 당연히 마셔야 하는 필수항목쯤으로 취급된다. 술로 인한 여러 문제 행동들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실수'로 가볍게 넘어가는 경향이 많다.

지난 9월 법조인을 꿈꾸던 22살 청년을 뇌사 상태에 빠뜨린 것도 음주운전 사고였다. 군 복무 중 휴가 나왔던 그는 한 달 넘게 사경을 헤매다가 세상을 떠났다. 사고를 낸 가해자는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했다. 울분을 삼키던 피해자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렸고,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사람들의 공분은 일명 '윤창호법' 제정을 추진하게 했다.

최근 발의된 '윤창호법'은 현행 1년 이상인 음주운전 사고 처벌 형량을 무기징역·사형이나 5년 이상 징역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가중처벌 기준을 3회 위반 시에서 2회 위반 시로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법 제정까지는 갈 길이 멀고, 살인의 고의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위헌 논란도 예상되지만,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자는 인식은 널리 퍼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약 1만 9500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1.2명이 목숨을 잃고 91.4명이 다치고 있다. 기가 막힌 건 음주운전 재발률이 44.7%나 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을 하고도 사고가 나지 않거나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면 점차 둔감해져 위반 행동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처벌이 강하지 않은 것도 음주운전 반복을 부추긴다고 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고 윤창호 씨 사례처럼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앗아가는 것은 물론 그의 가족이나 친구 등의 인생 역시 무너뜨리게 된다. 안 걸렸으니까 괜찮다고? 대리운전비나 벌금을 아껴서 다행이라고? 오래전 일이다. 창원에서 술을 마셨는데, 눈 떠보니 진주더라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자동차 안이었단다. 그날 사고가 나지 않은 건, 그가 살아있는 건 '다행'이 아니라 '기적'이다. 그리고 기적은 매번 일어나지 않는다. 곧 연말이다. 거리가 술에 비틀거릴 시기다. 비록 위헌 여지가 있다 해도, 음주운전은 타인이나 스스로를 죽이는 '살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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