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직장보다는 워라밸 추구하는 신세대
먹고사는 게 버거운 이들에게도 관심을

몇 해 전에는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자신의 삶의 질을 높여줄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 등에 돈을 쓰는 욜로족이 유행하더니 올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과 워라밸이란 신조어를 많이 듣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여러 유형의 젊은이들을 볼 수 있으며, 그에 발맞추어 시대도 점점 다른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워라밸은 일(Work)과 생활(Life) Balance의 준말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일하는 직장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되었는데, 지금은 남녀, 기혼, 미혼을 불문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확대되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워라밸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인물을 요구하고 있는 요즘 직업 환경의 변화이며 신세대들의 목소리다.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AI시대에는 사람의 역량은 기초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핵심 능력이 되며 바른 인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에서는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적게 일하고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찾고 있으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워라밸 문화가 확산하면서 개인 취미나 여행, 자신을 위한 보상적 소비 등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성장과 일, 효율과 돈에 집착했던 과거와 달리 개인의 삶 속에서 여가를 우선시하는 신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워라밸을 추구하는 많은 젊은이의 문화를 보면서도 그들과 다르게 생활하는 소수의 젊은이를 보면 씁쓸함으로 마음이 애잔하다. 사회의 모든 현상은 빛과 그림자처럼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일에 지친 사람들이 돈보다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설계하면서 워라밸은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나 자신, 여가, 자기 성장을 중요시하는 워라밸 문화는 직장 생활을 우선시하는 과거와 달리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문화인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커피숍에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20대 초반과 중반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심각하게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이직한 청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부모님께 송구스럽다는 청년, 군대 전역을 했는데 복학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청년, 얼마 전 아르바이트 일자리에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청년,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임금이 삭감되어 밤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젊은이 등 그들의 대화는 어두웠으며, 얼굴에는 수심 가득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불투명한 미래로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혼자 살아가는 것도 버겁다는 등의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대화로 계속 이어져서 곁에 앉아 있던 우리 기성세대들은 결국 미안함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 젊은이들에게 워라밸 문화는 사치일 것이다. 당장먹고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이들에게 워라밸 증후군은 또 하나의 절망이며 양극성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을 것이며, 결국 그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대부분은 여가도 즐기고 저녁 있는 삶으로 행복한 시간을 누릴지 모른다. 그러나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하고 직장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빛보다는 빛에 가려진 그림자 존재에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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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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