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변화부터 사회·경제정책까지 개념정리 편차 커
토론서 승진·인사반영 여부 등 직접적 요구도 쏟아져

김경수 지사가 천명한 '도정혁신'을 둘러싸고 공무원들 의견이 분분하다. '도정혁신'이라 함은 기존의 관행을 탈피한 새로운 행정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혁신과 경제혁신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인데, 도청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제각각인 모양새다.

'도정 혁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에서부터 '일만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투정(?)도 존재할 뿐 아니라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승진에 도움이 되느냐'는 공무원 사회 특유의 인사 관련 쑥덕공론마저 노골적으로 분출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가 임명한 특보단 등의 외부 인사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논평하며 공무원들이 일신의 편안함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먼저 찾아나가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김 지사는 "도청 스스로가 좋은 직장이 되지 못하면 사회적 혁신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하며 도청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19일 오전 도정회의실에서 김경수 지사와 실국장, 정무직 특보단이 도정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경남도

'도정혁신'에 대한 도청 수뇌부(실국장)의 생각도 저마다 제각각이었다. 이는 19일 열린 '혁신 전략회의(기존 간부회의)'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혁신 전략회의는 김 지사의 간단한 모두 발언 이후 박성호 행정부지사 주재로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 부지사는 "혁신이 성공하려면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방안을 물었다.

먼저 김성엽 기획조정실장은 "혁신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혁신이 어떻게 일선 공무원(하부구조)에 녹아들지가 관건이다. 혁신에 열심히 나선 이들에게 어떤 인사 혜택이 돌아갈지가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간 조직 관리 전문가인 이용성 도정혁신 보좌관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고 인사 부분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천성봉 미래산업국장은 "혁신은 새로운 것을 하는 대단한 진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 나갈 때 냉소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성혜 재난안전건설본부장은 "도정혁신안이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직원들 스스로 참여하는)상향식 혁신이 자발적으로 가능해지려면 인사와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용석 도정혁신 보좌관은 "단순히 승진이 (혁신의)동기 부여가 되는 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될 수 있다. 성취감이나 동질감, 그리고 개인의 성장감 등이 동기부여의 요소일 수 있다"며 과도하게 혁신과 인사를 연결짓는 실국장들 견해를 경계했다.

홍재우 경남발전연구원장 역시 "흉내만 내고 요령껏 따라간다고 혁신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여러 혁신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혁신 가치가 공유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며 공무원 사회의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하승철 서부권지역본부장은 "점진적이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는 동기유발의 기반 조성이 중요하다"고 했으며, 이삼희 서부권개발국장은 "실국장들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국장들과 정무직 특보단 간 이견이 감지되었는가 하면 실국장 끼리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자리였다.

박성호 부지사는 "우리 스스로의 생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혁신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날 토론 시작 전 김 지사는 "토론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다. 혁신이라는 게 개별화돼 추진되기는 어렵고 추진하면서도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소통과 토론이 그만큼 꼭 필요한 일"이라고 이날 토론 의의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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