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부도·회생신청…
경영진 바뀐 지 두 달 만에 고비
채권자 항고 뒤 '회생개시'취소
직원 170여 명 "희생 감내할 것"

한솔그룹이 지난 4월 개인투자자에게 넘긴 (주)신텍(옛 한솔신텍)이 파산이냐, 회생이냐 하는 갈림길에 다시 섰다.

창원시 성산구에 본사를, 함안에 1·2공장과 전남 광양에 3공장을 둔 신텍은 발전용 중형·중소형 보일러와 산업용 보일러, 순환유동층보일러(CFBC)등을 만드는 업체다. 작년 기준 매출 1276억 원, 영업손실 306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공시한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솔홀딩스(한솔그룹 지주사)는 지난 4월 17일 현 공동 대표인 김명순 씨와 두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지분 36.77%를 매각했다. 2012년 6월 인수했던 사업을 한솔그룹이 결국 접은 것이었다. 김명순 대표는 지분 16.55%로 신텍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5월 31일 주주총회에서 공동 대표이사로 김유상 씨가 선출됐고, 사명도 신텍으로 바꿨다.

하지만 지난 6월 26일 만기 도래한 전자어음 112억 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고, 회사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법원은 지난 7월 2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하고 관리인도 임명했다. 부도와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지난 7월 9일 상장 폐지됐다.

이후 상황은 다시 꼬였다. 법원 결정에 따라 기업 회생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채권자 중 한 명이 회생절차 신청 여부를 정했던 이사회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3민사부에 항고했다. 법원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종국인용 결정)해 지난달 30일 회생 개시 결정을 취소했다. 그러자 이에 불복한 또 다른 채권자 (주)아주저축은행이 새롭게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창원지법에 냈다.

▲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신텍 사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에 대해 창원지법 관계자는 19일 "통상적인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 판단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절차 진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얘기는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들어오면 진행 절차와 대략적인 시기를 언론에 알려주던 것과 비교하면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이미 두 달 전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했던 동일 법원이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개시 여부 결정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신텍을 두고 현재 자본시장과 투자은행계에서는 고의 부도설과 무자본 인수합병(M&A)설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도 조심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텍 관계자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15일 자로 재산을 동결하는 보전 처분과 회사 재산을 집행할 수 없도록 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19일에는 법원 관계자가 신텍을 방문해 관계인(대표이사·채권단 대표·신청인·사원 대표) 심문을 진행했다.

직원들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고 착잡하다고 했다. 신텍 사원 대표를 맡은 한 직원(부장급)은 "한솔그룹에서 새 경영진으로 넘어간 지 겨우 두 달 만에 부도를 맞는 비상식적인 상황,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를 채권자가 크지 않은 절차상 이유를 들어 법원 결정을 취소시켜 회생 시도조차 못 하는 상황 등 이해하기 어려운 게 너무 많아 직원들이 무척 혼란스러워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연간 매출 1500억 원에 직원 270명에 이르던 우리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파산 직전 위기에 몰리는지 너무 비현실적이다. 사원들은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회사를 살리도록 노력할 테니 지역민들이 이 회사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텍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하려면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고, 관계인집회에서 채권단 동의로 채무조정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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