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정석 교수, 창원 강의서 정책방향 강조

매년 10조 원씩 5년 간 50조 원을 들이겠다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도시재생 시대'에 접어든 것 같다. 낡은 것을 깡그리 밀어버리고 새것을 만드는 도시개발, 그것과 전혀 다른 결을 지닌 도시재생이 얼마나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혹시 지금의 도시재생이 이전보다 훨씬 작은 범위에서 여전히 부수고 짓는 행위를 반복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립대 정석 교수의 강의는 도시재생의 방향설정을 제대로 하도록 귀 기울여 들어 볼만했다. 이 자리는 제490회 합포문화강좌로 마련된 것이다. 정 교수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등 여러 곳의 도시설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도시를 물건처럼 취급한 개발시대와 달리 도시재생은 도시를 생명으로 보고 접근해야 가능합니다. 도시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국토 전체를 한 몸 생명으로 봐야 하는 거지요."

정 교수의 말은 전국을 아우르지만, 한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을 도시재생 대상지로 해서 그곳에서만 뭔가를 할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한 몸인 생명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한 몸 생명으로 본다는 것은 예컨대 이런 것이다.

▲ 15일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행복도시를 주제로 강연하는 정석 교수. /이서후 기자

"이웃 간에 서로 알고, 소통하고,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차보다 사람을 더 존중한다. 마을에서 이웃 간에 공감과 협동이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계획 전문가 찰스 몽고메리의 행복도시에 대한 정의다.

내전과 전쟁에 시달리던 콜롬비아 보고타 시를 훌륭한 행복도시로 바꿔낸 엔리케 페날로사 시장의 말도 참고할 만하다.

"진보적 도시란 가난한 사람들까지 자가용을 타는 곳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이다."

추상적인 내용이지만, 둘 다 도시재생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적절히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정 교수가 소개한 브라질 쿠리치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도시혁신을 이뤄낸 곳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 도시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반발을 감수하고 만들어낸 성과들이다. 여기에 당장 불편해지더라도 전체적인 방향이 옳다면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도 중요했다.

도시재생은 단순한 도시 리모델링이 아니다. 정 교수의 표현대로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내 집, 내 가정을 돌보듯이 자신의 도시를 돌보는 일"이다. 결국, 제도 변화와 시민 의식 성숙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어쨌거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행복도시까지는 아니라도 낡은 물건을 수리하듯 도시를 다루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