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내 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둘러싸고 제기된 장애인 인권침해 의혹과 보조금 문제는 행정당국과 경찰이 조금만 의지를 갖고 대응을 했더라면 1년 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던진다. 경남도가 보조금 운영실태를 감사했고 경찰이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는 절차로 진행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뒤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사건이다. 혐의를 잡지 못해 내사종결 처리를 했다는 경찰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화근을 키우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그곳에서 일했던 사회복지사 10여 명이 공개석상에 나와 실정을 폭로한 데 이어 자녀를 맡긴 일부 부모들이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사태는 뒤늦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복지사나 부모들이 주장하는 진위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어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예삿일은 아니다.

우선, 시설에서 일하는 여성 복지사들이 남성 장애인을 목욕시켰다는 대목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거기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연령층이 10대에서 60대까지로 알려진바 그들 다수가 1~2급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이라고는 해도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냉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여름엔 땀띠가 나고 겨울엔 동상에 걸리기도 한다는 주장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오갈 데 없는 장애인의 쉼터 역할을 하는 복지시설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래서는 박수받을 기대는 접어야 한다. 인권의식과 복리 증진 시책이 가장 철저하게 접목돼야 할 곳, 그게 바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거주시설이라고 말해 틀리지 않는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겠다니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일만 남았다.

장애인시설이 인권과 동떨어져 운영된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경남도 이제 그 반열에서 예외가 아님을 시사하는 사건인 만큼 내친김에 진상을 낱낱이 밝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시설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중증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똑같은 일원이므로 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자립에 필요한 행정 재정적 지원체제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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