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성관계 조장? 과도한 해석
사회적 인권 수준에 맞춘 기본적 학생권리 규정
학력 저하 우려도 지역별 차이 없어 근거 부족

경남 교육 최대 현안은 '경남학생인권조례'다.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의 인권감수성을 신장하고 미래 교육에서 요구하는 협업능력·비판적 사고력·창의성 등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을 기르고자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찬성 측은 "학생도 사람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기본적 권리 회복과 학교 자치 토대를 마련하는 기본 요소"라고 평가하고, 반대 측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해 학생 통제를 막는 학생 포기 조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왜곡되거나 확대 해석된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 지난 9월 13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경남미래시민연대. /경남도민일보 DB

◇8조 '표현과 집회의 자유'

Q.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정치하는 학생을 만들 것이다?

A. 집회·시위는 학생도 시민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으로 인식돼야 한다.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특정 주장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 밖 집회, 시위 참여를 규제할 수 없다. 이를 보장하는 것은 헌법 21·22조, 교육기본법 9조,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 12·15·31조 등에 명시돼 있다.

◇17조 2 '교직원은 성폭력 피해나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에 대하여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Q. 학생의 성관계를 허용(조장)하는 건 아닌가?

A. 헌법 16·17조,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19조,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과한 법률 8조(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의 금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31조(비밀누설 금지) 등에서 개인의 성과 관련된 것은 사생활 중에서도 가장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례안은 이러한 사실을 교원이 직무상 알게 되었다면 비밀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사생활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장이 아닌 법령과 학교 규칙을 위반한 학생의 성관계에 대해 묵인·방조하라는 의미가 아님은 분명하다.

◇16조 1 '학생은 학년·나이·성 정체성·성적 지향·종교…임신 또는 출산,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Q. 임신·출산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학교에 다닌다면, 이를 허용(조장)하는 것 아닌가?

A. 학습권은 기본권이다. 징계나 은폐 대상으로 여겨왔던 청소년 미혼모(성폭력·원치 않은 임신 등이 대부분)에게도 교육받을 권리와 학생의 건강을 최우선 고려하는 것은 다른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 보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있었고, 2013년 교육부는 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징계받지 않도록 학교 규칙 개정을 지시한 바 있다. 해당 학생의 학습권과 건강을 보호하고 다른 학생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안 위탁교육기관'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16조 1'은 양성평등기본법 25조(모·부성의 권리 보장), 성폭력방지법 7조, 헌법 10조, 교육기본법 4조에 근거하고 있다.

Q. 학교에서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가르치는 것 아닌가?

A.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드러내는 학생에 대해 차별하면 안되는 것을 명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는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등 19가지 경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라고 정의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해당 조항을 인용해 사회적 인권 수준을 준수하고 있다. 동성애·이성애는 조장한다고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

▲ 지난 12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어린이책시민연대 경남. /경남도민일보 DB

◇4조 6 '교직원과 학생은 생각과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아니한다' 6조·9조 등

Q. 학생의 수업 방해 시 지도 불응에 대한 대안이 있나?

A. 수업시간과 공간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 수업권이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한다. 학생이 소리를 지르거나, 옆 친구 학습을 방해하면 교사는 지도할 의무가 있다. 이를 묵인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9조 '개성을 실현할 권리'는 두발·용모 규제와 제한이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개성 실현이라는 인권적 가치와 교육 활동에 얼마만큼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이를 학생, 학부모, 교원이 고민하고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학력 저하 우려

Q.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지역의 학력수준이 급감했다. 전국 최하위의 경남 학력 수준도 악화할 것이다?

A. 전국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점수를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기 전후를 비교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서울·광주·경기·전북 4개 지역과 비조례 지역의 2011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 차이는 언어영역 0.8점·수리가 1.4점·수리나 1점·외국어 1.3점 차이가 난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는 조례 지역과 비조례 지역 평균 차이가 각 1.6점, 2.9점, 0.3점, 2점 차이로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다. 수능 점수 역시 대한민국에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과목에 대한 학력으로, 학력에 대한 기준은 바뀌었다. 미래 교육에서 요구하는 학력이란 관계성·사회성을 아우르는 성숙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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