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주·서울·전북 제정…법원 "정당"판결
무효화 소송 대부분 패소
헌법 따른 학생권리 인정
제정 뒤 긍정적 변화 평가

경남도교육청이 지난달 18일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는 앞서 제정한 지역의 공교육이 몰락하고 학생인권조례 폐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서울·광주·전북지역에서는 제정 이후 교육부와 학교·시민이 '학생인권 조례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한결같이 각하 처분·기각 판결을 내렸다. 학생인권조례안의 구체적인 규정들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광주·서울·전북 지역의 사례를 분석했다.

▲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타 지역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2012년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은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2013년 대학생 20여 명이 학생인권조례안을 심의한 전북도의회에서 농성하는 장면. 2014년 찬반이 충돌한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 토론회'. 같은 해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에 반대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기자회견. /연합뉴스

◇법원의 일관된 판결 =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은 2008년 경남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이들 네 지역이 지금 도내 상황처럼 찬반 논쟁 속에서 먼저 만들었다.

2009년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 초안이 발표됐다.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고, 2008년 7월부터 5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윤곽이 제시됐다. 보수 언론과 단체는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같은 시기 경남을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인권운동 지평이 넓게 퍼진 경기(2010년 제정)는 교육감 발의로, 6년간 진통을 겪은 광주(2011년) 역시 교육감 발의로, 서울(2012년)은 주민 발의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북도의회 교육상임위에서 1번의 보류와 3번의 부결을 당한 전북학생인권조례(2013년)는 도의원들이 직권상정으로 제정했다.

4개 지역 모두 조례 제정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2015년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안이 유효하다는 첫 판단을 내렸다. 교육부는 2013년, 전북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의결하자 "상위법령에 위배된다"며 전북도교육청에 재의를 요구하라고 요청했지만, 전북도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교육부는 2012년에도 같은 취지로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서울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각하했다. 2017년 광주 한 시민이 광주학생인권조례 '성적 지향' 조항이 무효라며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올해 1월 서울 한 기독교 학교 교장과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 번의 사례에서 법원의 일관된 판결은 "조례안의 구체적인 규정들이 초·중등교육법령 등 관계 법령의 규정과 일치하고, 헌법에 따라 인정되는 학생의 권리를 확인하거나 이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제정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 경기교육청은 조례를 근거로 학교 규정이 대폭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각 지원청을 통해 매년 생활규정을 점검하고 권역별로 생활인권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조례 반대 단체가 우려하는 교권 침해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도 제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권보호센터를 설치했고, 상담 통계를 보면 상급자에 의한 교권침해가 더 많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논쟁에서 교권은 학생의 교사 수업권 방해만 두드러져 있다. 실제 교권은 교육과정 편성권, 교재선택권, 평가권 등으로 상급자에 의한 침해가 더 많아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광주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체벌 금지 등 기본 조항이 100% 학교 규정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기본적 인권 보장은 학교 규정에 적용됐다. 규정은 바뀌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가정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권리 부분은 복합적이고 다양해 사회 인권 수준에 맞춰 점차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교육 주체들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성과로 꼽았다. 관계자는 "시기상조라거나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면 조례가 폐지됐어야 함에도 오히려 인권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이들 지역의 평가는 하나로 압축된다. "인권 조례는 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이지, 무엇을 담보하고 정책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오는 20일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를 거쳐 조례안을 수정·보완하고, 12월 도의회 법제심의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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