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필문학회 지음
시인들의 모임 어느덧 열다섯 해

석필문학회 동인이 세 번째 시집 <꽃들의 출근시간>을 냈다. 2003년 결성했으니 올해로 15년째를 맞은 모임이다. 경남에서 활동하는 시인 9명이 참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김용권, 우원곤, 김주경, 성정현, 손영희, 임성구, 황영숙 시인과 서성자, 이분헌 시조시인이다. 이번 시집에는 각각 7편의 시를 실었다.

시집 제목으로 쓰인 '꽃들의 출근시간'은 임성구 시인이 쓴 것이다. 꽃을 소재로 했으나 끝내는 도시적 우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채송화의 출근시간은/ 햇살 쨍쨍한 낮 12시// 분꽃들의 출근시간은/ 햇살 시들한 늦은 5시// 건넛집 노래방 여잔/ 햇살 잠든 밤 8시쯤// 저들은 누굴 위해 활짝 웃고 있는 걸까// 사는 모습 다르지만/ 그 생은 또, 최선의 선택// 술 한잔, 여름 꽃 지나는 사이// 가을이 성큼/ 내게 왔다" ('꽃들의 출근시간' 전문)

우원곤 시인의 '용지호수 25시'도 감성적으로 비슷한 맥락이다.

"멍하니 전화를 끊고 나니 갈 곳이 없다/ 어두운 용지호수를 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세상과 뒤죽박죽 뒤엉켜 옴팡지게 망가진 채 - / 아모르 아모르, 에비뉴 에비뉴, 7080 네온사인/ 호수에 있다 없다 한다." ('용지호수 25시' 중에서)

동인 시집을 자주 내지 않는 만큼 시인들 스스로 엄선한 시일 테다. 읽어보니 전체적으로 정선된 느낌이다. 동인 외에 초대시 형식으로 박기섭, 오승철, 서숙희, 고영, 김승강 시인이 시 두 편씩을 보탰다.

석필문학회, 136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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