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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꿀벌과 시작한 열일곱> 모리야마 아미 지음

꿀벌 키우다 '환경 감수성'까지 키운 아이들
일본 농업고 양봉동아리 이야기
하동 상추쌈 출판사 번역 출간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11월 16일 금요일

꿀벌을 키우는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이야! 농부철학자 윤구병이 하룻밤을 꼴딱 새워 다 읽었다더니 과연 그럴 만했다.

하동에서 교육과 환경에 대한 책들을 펴내는 상추쌈 출판사가 최근 낸 <꿀벌과 시작한 열일곱> 이야기다.

'후지미 고등학교 양봉부 이야기'란 부제가 붙었다. 이 학교는 일본 나가노현 작은 시골마을 후지미초(町)에 있는 농업 고등학교다. 이 학교에는 일본 전국을 통틀어도 드문 '핫치비에잇'이란 양봉부가 있다.

책은 이 양봉부가 어떻게 생기고 성장했는지를 기록한 것이다. 글이 소설처럼 술술 재밌게 읽히는 건 저자인 모리야마 아미 작가의 세세한 취재와 글솜씨 덕분일 테다. 하지만, 책이 단순한 양봉기가 아니라 양봉을 통한 아이들이 성장기인 까닭이 클 것이다.

◇꿀벌과 자연에서 배우다 = 양봉부의 시작은 후지미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치하루란 여고생의 진로 고민이었다. 막연히 농가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으로 농업 고등학교를 선택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은 없었다. 그래서 치하루는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유명한 기타하라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지역 내 현장학습에 다닌다. 그러기를 1년, 치하루는 양봉의 매력을 발견하고 학교에 양봉 동아리를 만들 결심을 한다.

"학교 안에서 벌을 친다니, 도시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일 겁니다. 하지만, 이곳은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후지미초, 도시 사람들만큼 벌에 저항감이 있는 곳은 아니니까요." (41쪽)

동아리 이름은 핫치비에잇. 동아리는 만들었지만, 당장 키울 벌을 마련하는 일에서부터 벌통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 아주 근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양봉부원들은 자연과 환경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꿀벌은 본래 자연 속에 사는 존재입니다. 그걸 사람이 자기 형편에 끼워 맞춰 키우는 거지요. 되도록 벌한테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 그것이 양봉하는 사람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86쪽)

지역 양봉 전문가 야마구치 씨의 조언처럼 벌을 키우는 일은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환경 감수성은 자연스럽게 지연 가꾸기와도 연결된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다 = 양봉부원들은 꿀벌의 이로움을 알리고자 꿀벌의 일생을 담은 연극 <꿀벌 씨 극장>을 만들어 지역민들 앞에서 공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노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이어온 지역 전통에 대해서도 눈을 뜬다.

"양봉부원 대부분이 핵가족에서 태어나 자란 터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모르고 지내던 지역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이 이어 온 전통을 놀라움과 함께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81쪽)

이렇게 얻는 교훈들을 토대로 양봉부는 '벌꿀로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활동에도 열심이다. 꿀을 활용한 음식과 상품 등 지역 특산물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역 요리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부 활동 성과들을 모아 매년 수백 개 농업 고등학교가 참가해 경연하는 농업 클럽 전국 대회에서 연속해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양봉부는 벌을 치기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고등학생이라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에 도전해 나가자 양봉부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는 성공하는 일도 있고, 후회가 남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246쪽)

양봉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해간다. 여러 활동에서 쌓은 경험으로 관광 가이드로, 요리사로, 꿀벌 연구자로 진로를 결정하고, 지역사회 일원으로 훌륭히 자라나는 것이다.

상추쌈 출판사 펴냄, 28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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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