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2년 연속 페어플레이상
여중-여고 연계시스템 주효
열정·노력 소중함 깨달아

'핸드볼로 이룩한 스포츠 정신을 피구로 다시 한 번.'

마산무학여중과 여고가 피구에서 과거 영광을 재현했다. 마산무학여중·여고는 지난 11~12일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피구대회 중등·고등부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구 대회 역사상 한 학교법인에서 동반 우승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전국학교스포츠클럽 피구대회 중등·고등부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마산무학여중·고(흰색 옷) 학생들. /무학여중·고

특히 무학여고는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무학여중은 동메달에서 두 단계 더 성장하며 학교 피구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무학여중과 여고는 지난 9월 제12회 경남도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피구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 96개 교 2000여 명이 참가한 대회는 올해 2회째를 맞은 대한체육회장배 전국피구대회와 함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피구대회다.

대회에서 무학여고(담당교사 최수형)는 첫날 충남부여여고, 포항여자전자고를 차례로 꺾으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마산무학여중(담당교사 정현수) 역시 광주양산중, 세종조치원여중, 대구용산중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합류했다.

이튿날 열린 경기에서 무학여고는 8강에서 순천매산여고를, 4강에서 부산성모여고를 이기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에서도 무학여고는 충북청주여상을 2-0으로 누르며 대회 2연패를 완성했다. 8강에서 거제여중, 4강에서 강원상지여중과 접전 끝에 승리, 결승에 오른 무학여중은 울산남목중과의 최종 승부에서 세트 스코어 2-1로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전감비 무학여고 피구부 주장은 "지난해에 이어 전국대회에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며 "함께 땀 흘려가며 훈련했던 무학여중도 우승해 기쁨이 두 배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 선전은 과거 핸드볼로 전국을 제패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 무학여고 전신인 마산여자상업고가 1983년에 창단한 핸드볼팀은 전국 무대에서 우승을 석권하는, 경남 유일 여고부 핸드볼팀으로 이름을 떨쳤다.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주인공이었던 박정희를 비롯해 김은경·남영신 등 숱한 국가대표를 배출하기도. 핸드볼팀은 지난 2015년 해체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로부터 2년 후, 후배들이 피구에서 지난 영광을 이어간 셈이다.

최수형 무학여고 피구부 담당교사는 "무학여고 피구부는 2016년, 무학여중은 2017년 만들어졌다. 현재 여고는 16명, 여중은 24명이 뛰고 있다"며 "종목은 다르지만 과거 선배들이 이룩했던 영광을 되찾고자 모든 선수가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이어 "전국대회 2연패, 동반우승도 의미가 있지만 무학여고가 2년 연속 페어플레이상을 차지한 것도 정말 뜻깊다"며 "학교스포츠클럽이 지향하는 인성·협동심·리더십 등이 잘 녹아든 결과"라고 밝혔다.

마산무학여중·고 피구가 이토록 강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최 교사는 '유스 시스템'이 강팀의 바탕이라고 진단했다. 무학여중에서 기본기를 닦고 여고에서 기량을 만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는 것. 최 교사는 "경기에 뛰는 인원은 12명인데 30~40명이 입단 신청을 해 온 적도 있다"며 "덕분에 체력·기본기 등 입단 테스트도 치를 수 있게 됐다. 1~2학년 위주의 무학여고 피구팀이 3학년이 많은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교사는 학생들의 열정도 피구부 실력을 높이는 요소라 말한다. 피구팀 매니저 학생이 훈련·경기 동영상을 찍어 선수에게 피드백해주는 시스템이 한 예. 아침·점심·저녁 틈틈이 하는 훈련도 누구 하나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즐거움'이 있다는 게 최 교사 설명이다.

최 교사는 "실업팀에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보다는 모든 학생이 즐기며 피구를 하고 있다"며 "서로 더 많이 칭찬하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고치려는 자세도 충만하다. 학생들이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를 얻었다는 점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노력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됐다는 무학여중·고 피구부원들. 피구로 '제2의 우생순'을 써가는 이들의 앞날을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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