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바탕 둔 우리 새 기록문화 상상해보자
독일, 나라 전체 기록화한 듯
건물 안팎서 과거-현재 체험
'기록 4.0 시대'준비해야
'활용'주 목적인 정책 필요

어릴 적 역사시간에 배운 '러다이트 운동', 181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으로 농업과 수공업 중심의 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사회전체 변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로 사람들은 불안과 반감을 가졌고, 사람들은 기계를 고장 내거나 공장자체를 불태우는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최초의 노동운동이라는 의미 등은 가지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과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긴 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형성되어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었고 그것은 노동자들이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는 1차 산업혁명에 따른 명암이며 이 변화는 전기동력의 대량생산인 2차,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시대인 3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제 소프트파워를 통한 지능형 공장과 제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주 내용은 무엇일까? <명견만리>라는 책 내용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만드는 초연결사회, 데이터가 지배하는 산업현장,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는 똑똑한 제품과 공장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에디슨이 만든 기업 GE는 항공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비행기 조종법을 제안, 엔진 유지보수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럽의 제조 강국인 독일역시 '인더스트리 4.0'을 강조하며 디지털 산업화로 나아가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협업으로 소비자 맞춤형 가구를 생산하고 가상-물리시스템을 이용해 제품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전자전기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이 방식은 1만 배가 넘는 데이터 취급으로 여덟배나 향상된 생산성을 보게 된다. 이를 위해 독일은 중소기업을 강력히 지원하는 등 다각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생산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고 열린 참여를 통해 누구나 함께하며 혁신하는 경영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택시 회사인 우버에 택시가 없고, 페이스북은 아무런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의 건실한 상생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 과거와 현재를 모두 연상케하는 건물이 독일 시내(만하임)에 대부분 자리하고 있었다. /시민기자 전가희

◇우리나라와 다른 독일의 환경

나는 지난달 좋은 기회가 있어 독일의 스마트한 현장을 방문했다. 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의 선진기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유럽의 사회는 무엇을 구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독일의 첫 분위기는 무엇이든 웅장했고 담백했다. 또한 과거의 건물을 지속적으로 이용해서 몇백 년이 넘는 건물들이 부지기수였기도 하다. 이상스러운 점은 가장 스마트하다고 알려진 독일이 실 생활은 과거의 것을 지속적으로 고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유명하다는 가게는 과거에 이곳이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는 사진들이 많았으며 건물의 외형도 원형 그대로 보수하는 차원에서 관리·운영하고 있었다. 인터넷뱅킹도 우리나라와 달리 송금에 3일이나 걸렸고 도로건설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시간이 든다고 했다. 와이파이가 자유로운 우리나라와 달리 IT분야는 우리나라와 견줄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빠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사실은 비교할 수 있었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IT 기술자 부족으로 높은 연봉의 기술이민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 독일의 유명식당 건물 내부, 과거의 그림을 그대로 유지·관리하고 있다. /시민기자 전가희

◇독일의 '조화로운 변화'와 기록

나는 독일을 경험하면서 '조화로운 변화'를 생각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환경인 '함께하며 혁신하는 경영시스템'이 사회 내 조성되어 있었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대화와 소통으로 단절과 분란을 야기하는 일들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조화로운 변화를 선도하고 있었다. 사회, 경제, 정치, 문화가 함께 만들어가는 독일의 스마트한 4차 산업혁명의 현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또한 기록연구사의 눈으로 본 독일은 나라 전체가 기록화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잠시 산책을 하러 나간 언덕에는 과거에 세웠을법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고 벤츠박물관에는 벤츠사가 걸어온 날들을 당시 생산한 기록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많은 건물들이 하나의 기록이었고 사람들은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건물과 달리 독일의 건물은 나에게 그 나라의 과거와 현재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 독일 만하임 산책로, 산책하는 곳곳에서 과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시민기자 전가희

◇우리 기록관리 체계는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우리의 기록관리를 생각했다. IT 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전자문서 시스템을 도입해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디지털 아카이브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이 종이문서 관리환경에 기반해 설치·운영되고 있어 외형은 디지털이지만 실제는 아날로그 기록관리가 운용 중이다. 과거 생산한 종이기록물의 축적이 불러온 결과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생산되는 다량의 전자기록환경에서는 고수하는 것이 불편한 방식이다. 그러나 더 불행한 사실은 이 상황을 타개할 대안도 현재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전자기록관리 고도화사업인 BPR/ISP 사업을 진행해 그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기록의 무결성 검증 및 모든 공공기록을 어느 곳에서도 검색할 수 있는 보존·활용의 양방향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경남기록원 또한 영구기록관리시스템 개발로 전자기록관리 환경에 적합한 스마트한 기록관리체계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리의 보수성·환경의 진보성

상황은 변하고 있고 그 변화는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마땅히 가져야 할 기록의 속성을 깨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기록관리는 다른 어느 업무보다 관리의 보수성, 환경의 진보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한 어떤 것이 좋다고 현재의 상황을 무시한다면 '지속가능한 기록관리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고유의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그것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연구하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독일을 다녀온 후 전통 기록관리와 미래 기록관리를 동시에 생각했다. 과거를 단절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미래의 핵심적 가치에 투자하는 독일처럼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위대한 기록문화를 창조한 전통 기록관리를 보다 더 연구하여 이를 통해 상상과 창조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의 부분과 전체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산업이 변화할 것이다. 기록관리도 예외일 수 없다. 기록관리 각 부분들이 보다 스마트해져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의 귀감이 되는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 모델은 시민에게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결과물로 활용되길 바란다. 결국 기록관리의 최종 목적은 그것의 '활용'에 있지 않겠는가?

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를 반겨준 건, 우리나라에서 늘 보아왔던 '달'이었다. 그 달은 독일에 있는 내내 밤마다 이곳이 한국과 다르지 않음을 나에게 증명해 주었다. 또한 그 다르지 않음이 내게 용기를 주기도 했다. 온 정성을 다해 미래를 준비하는 선도자들의 스마트팩토리, 인더스트리 4.0 그리고 나의 기록 4.0 그 어떤 것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늘 그러한 저력 있는 대한민국을 겪어왔다. /시민기자 전가희(기록연구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