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의한 정치판의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이란 다음과 같다.

△자기가 계파 보스로 모시던 주군을 등 뒤에서 칼을 꽂고 그것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사람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시류에 따라 흔들리면서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바꾸어 정치 생명을 연명하려는 사람 △거물을 씹으면 자기도 거물이 된다고 착각하면서 주야장창 거짓 논리로 거물을 흠집 내는 것으로 언론에 한 줄 나기를 바라는 사람 △어느 계파가 그들 세상일 때는 누릴 것 다 누리고 그 계파가 몰락하니 인제 와서 자기는 중립이라고 떠드는 사람 △나라와 당이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 자신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데 인생 목표가 있는 사람.

거의 모두 '홍준표'에게 해당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는 '정치평론가'가 여럿이었다. "논평할 가치도 없는데, 제발 품격을 지켜달라"라는 충고를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튼 눈길을 끈 건 홍 전 대표가 '정치판의 사이코패스'를 "4년 4개월 동안 하방하여 경남 지사로 내려가 있다가 여의도로 돌아와서" 발견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하방'이란 무엇인가?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 시기 재해석한 하방이란, 당원과 공무원의 관료화를 막고자 일정기간 농촌이나 공장에서 현지 주민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노동을 하게 함으로써 정치엘리트를 육성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시진핑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들이 하방을 통해 민중과 함께했고, 지금 그들이 중국의 웅비를 이끄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자기 성찰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가 '하방'을 들먹이는 건 가당치도 않다. 무엇보다 홍 전 대표는 '하방'을 '유배'로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경남'은 철저하게 타자화하고 오로지 자신의 뛰어남만 돋보이게 하겠다는 듯한 모습.

'하방'이라는 말 속에 담긴 계몽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함의를 극대화시키는 언사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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