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동성애 조장은 기우 불과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

이야기 시작이 뭐 좀 그렇습니다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현대적인 공업용 제품으로서의 '콘돔'이 대량생산 된 것은 19세기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수제품으로 소량 만들어졌습니다. 콘돔이 대량 생산되자 사람들이 우려했습니다. 이제 임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대로 성관계를 가질 수 있으니, 사생활이 문란해지고, 가정이 파괴될 것이다 하고 말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누군가 지나가는 이성에게 "내가 지금 콘돔을 가지고 있으니 저하고 성관계를 맺읍시다"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변태 취급받거나, 성추행범으로 체포당하거나, 운 좋으면 귀싸대기 한 대 맞고 끝날 것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끔 있어서 정신병자처럼 범죄를 일으킵니다. (가톨릭은 인공피임 방법인 콘돔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처음 만들어지거나 시작할 때는 우려를 자아내는 물건이나 사상, 제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우려하던 점들은 자정되고, 사람의 인식 지평이 넓어짐으로써 기우였음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경남 도내에 '경남 학생 인권 조례' 때문에 찬반이 팽팽히 갈리고 있습니다. 조례에 대한 찬성이 옳은가, 반대가 옳은가에 대해서는 결론짓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신문지면을 통해 알게 된 반대 측 주장의 대표적 내용인 '동성애 조장과 임신·출산 조장'에 대해 제 짧은 생각을 말하겠습니다(이것은 가톨릭교회의 공식 견해는 아닙니다). 이런 우려를 하는 어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확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니 뭐니 해서, 학생이 공부나 하지…. 하느님께서도 금지하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씀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엔 '여친'이니 '남친'이니 하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성 간에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연애질이죠! 우리 어른들이 학생일 때는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김연아 선수를 굉장히 존경합니다. 제가 김 선수를 존경하는 것은 그가 세계 최고여서가 아니라, 세계의 무수한 인재들과 경쟁하되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세계 시민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양코배기 앞에서 초콜릿을 구걸하던, 우리 세대가 아닙니다. 세계 시민으로 그 어떤 나라의 아이들과도 어깨동무하며 즐겁게 웃고, 지구촌 전체를 위해서 어떤 유익한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젊은이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 시작이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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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이 대량 생산된다고 성생활이 문란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생활 문란한 사람이 콘돔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학생 인권 조례가 학생들을 나쁜 길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나쁜 어른들이 젊은 학생들을 나쁜 길로 이끕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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