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입니다.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이들의 얼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지요. 그렇다면 순국선열은 어떤 분들일까요?

백범 김구 선생이 환국 후 가장 감격스러워한 일은 1946년 세 분의 순국선열의 유해를 국내에 봉안했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윤봉길 의사를 비롯하여 이봉창·백정기 이 세 분을 말하는 것인데요, '삼의사'라고 일컬어지는 이 분들의 유해는 김구 선생이 직접 부산으로 내려가서 맞이했고 특별열차편으로 귀경하여 서울 효창공원에 안장되었습니다. 당시 부산공설운동장에서 수만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렸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카자흐스탄은 그 어느 동포사회보다 이러한 순국선열들을 많이 배출하였고, 그 후손들 또한 많이 살고 계십니다. 이동휘·최재형·민긍호·홍범도·계봉우·황운정·김경천·최계립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연해주에서 시베리아에, 그리고 중앙아시아 초원 등 최후를 맞이하신 곳은 다르지만 이들의 소원은 하나 같이 조국의 독립이었습니다. 크즐오르다에는 홍범도 장군과 <이두집해(吏讀集解)>, <조선문법>, <조선말의 되어진 법> 등 많은 저서를 남기신 국어학자 계봉우 선생의 묘역이 조성되어 있고 심지어 홍범도 거리까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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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후손회' 주관으로 매년 3·1절과 순국선열의 날 행사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려인들은 대한민국보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뜨겁게 기리는 모범적인 동포사회'로 모국에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현지의 많은 청·장년 동포들은 홍범도가 누군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동휘와 계봉우 그리고 민긍호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왜냐면 이런 분들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의 미래는 없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현재 고려인의 높은 위상은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17일에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열립니다. 손자·손녀와 함께 참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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