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공석 장기화
지역예술계 '비상근 대표' 준비하는 시 방침 우려
시 "획기적 변화"강조…외부 특정인 내정 소문도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공석이 장기화하고 있다. 시는 새 대표이사로 지역 문화예술인보다는 명망 있는 전국적 인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지역 문화예술인이 응모한 공모에서 답을 찾지 않았고, 최근에는 '비상근 대표'를 허용하는 내용의 '창원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까지 입법예고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우려 수준을 넘어 반발하고 있다. 지역인물이든 전국인물이든 배제되지 않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 6월 시작된 창원문화재단 대표 공석이 160일을 넘겼다. 공석 장기화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경과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공석 160일을 넘겼다. 지난 6월 4일 신용수 전 재단 대표이사 사직서가 수리되면서다. 임기 4개월을 남긴 시점이었다.

재단 대표이사 자리는 '선거 결과에 좌우된다' '논공행상 대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새 대표이사를 뽑아야 할 시점,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공로보다 능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견은 없었다. 화답하듯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허성무 시장은 지난 7월 "선거나 정치, 정파에 관계없이 정말 능력 있는 분을 모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재단 대표이사 공모를 벌였다. 서류 지원에 17명이 몰렸다. 그러나 면접까지 거친 최종 결과는 전원 불합격. 재공모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재공모 절차가 뜸하던 상황, 분위기는 뜻밖의 절차로 흘렀다. 시가 지난 1일 '창원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다.

대표이사 근무 기준을 '상근'에서 '비상근 및 상근'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상시 근무자가 아니라도 대표이사를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히 지역 인물을 배제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여파는 컸다. 1차 공모가 끝난 시점부터 이미 대표이사로 내정된 인물이 있다는 소문이 지역사회에 번졌다. 공모에 도전했던 후보들은 거드는 역할이었느냐며 참담해했다.

시에서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소문에 살이 붙었다. 전국적인 영화계 인물이 소문 중심에 섰다. 재단 신임 문화예술본부장까지 타지역 인물이 낙점되자 지역 문화예술계는 쓴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비어 있는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실 모습.

◇입장

창원시는 재단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결국, 지역 인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허선도 관광문화국장 발언 요지다.

"1차 공모를 벌였지만 획기적 변화를 고민한 시 생각과는 달랐다. 다각적으로 명망 있는 인물을 초빙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창작 능력, 마케팅 능력을 우선에 두고 문화경영까지 아우르는 인물을 찾는다. 앞선 사례에 비춰 지역 문화예술인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 재단도 국내외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그는 지역 문화예술계 반응에 관해 "대표이사는 단지 한 자리일 뿐이다. 지역 문화예술인 참여 방법은 이 밖에 여럿 있다"며 "중요 결정 때 조언을 받을 수 있고, 간담회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문의 중심에 있는 인물 관련 질문에는 "여러 사람을 만나서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한계'라는 표현에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간 재단 내부에서 빚어진 문제나 한계 원인은 따로 있다는 주장. 오히려 논공행상이나 시 관리·감독 부족을 꼬집었다.

성춘석 경남민족미술인협회장 발언이다.

"지역 문화재단 근거는 지역 문화 격차를 없애고, 특색 있는 지역 문화를 발전시켜 지역민이 문화예술을 누리도록 도모하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면서 지역을 배제하면 안 된다. 지역 문화예술인은 자질이 안 된다는 평가는 잘못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대표이사를 맡아야 한다."

지역 음악가 김호준은 시 조례 개정 추진이 지역 예술인 배제를 전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근 대표이사를 뽑아도 잘하기 어려운데, 비상근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십중팔구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며 "지역 예술인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차례 공모로 지역에 인물이 없다는 해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신중함이 필요한 재단 대표이사 선임에 능력이 우선이라는 점은 시나 지역 문화예술계 모두 같다. 결국 좁히지 않는 생각의 차이는 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소문으로 불거진 지역 문화예술계의 불신을 없애려는 창원시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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