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존중은 미래 교육의 핵심 가치
반대 측 경청하는 자세 인권 첫출발

경남교육청은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교육현장에서 미래 역량인 창의력과 상상력은 발현되지 않는다.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은 미래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현재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경상남도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니던가. 사람이 사람의 '존재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자는 데 이 일을 누가 반대하랴.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다들 원하는 학교가 이런 학교가 아니던가.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뜻밖에 여기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총 80개 단체로 구성된 '나쁜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경남도민연합'이 주장하는 일간신문 전면광고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구나! 그런데 나는 왜 평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 내가 너무나 단순하고 안일한가? 한순간 마음이 복잡해지고 헷갈린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과연 '학생인권조례 추진은 정치적 야망을 위한 행보'인가? 도대체 누가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단 말인가?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왜 이렇게 복잡한 사회적 이슈로 되었을까? 진리는 본래 단순하다고 했다. 복잡하면 진리가 아니라고 했다. 일간신문 전면광고까지 동원하여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어디서부터 짚어 봐야 할까?

우선 나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조곤조곤 들어주고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나 사실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나는 먼저 그들에게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하고, 그들의 '감정과 느낌'부터 끝까지 들으며 '공감'하고 싶다. 그들이 진정으로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진심으로 "그래, 당신이 옳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논리나 행동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의 그 '감정과 마음은 옳다'고 고개 끄덕끄덕해주고 싶다. 그 논리가 아무리 얼토당토않다고 해도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멈추고 우선 그들의 마음부터 먼저 살피고 싶다. 그들과 눈빛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싶다. 바로 이런 자세가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을 여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학생인권 조례를 만들자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관점과 태도'에서 출발하지 않았던가.

인권감수성은 공감능력이다. 인권감수성이 높은 사회는 공감능력이 탁월한 사회다. '학생인권'이니 '교권'이니 하는 말로써 '인권'의 본질을 흐리지 말자.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면 학생인권이나 교권도 제대로 보장된다. 학생과 교사를 대척점으로 놓지 말자. 인권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말이다. 정혜신이 펴낸 최근의 책 <당신이 옳다>를 꼼꼼하게 다 읽었다. 그렇다. 우리는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내 주장이나 믿음과 신념도 무지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일 수 있다. 온갖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예수의 사랑, 석가의 자비, 공자의 인(仁)을 거스를 수 있다. 이 점을 망각하지 말자. 깊이 성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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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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