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기준 미달로 아쉽게 무산
학생 차별없는 교육정책 기대

양산시 고교평준화 시행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54.53%로 평준화 조건인 60%에 미달돼 양산시 고교평준화는 무산됐다. 이것은 평준화 기준에 미달했을 뿐이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과반을 이끌어 낸 양산시민의 강한 열망이 담긴 숫자로 기억될 것이다.

2017년 9월 시작된 양산시 고교평준화는 1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교육'만을 바라보고 왔다. 수십 번의 길거리 선전전과 악조건 속에서 학부모 설명회, 그리고 이른 아침의 평준화 선전전 등 평준화를 열망하는 양산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아름다운 참여를 알기에 결과보다는 건강한 과정과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양산시 고교평준화 추진위에 참여한 수많은 교사와 학부모는 오직 양산 아이들의 평등교육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기에 어떠한 후회도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부모도 아닌 특정 학원장과 반대측이 보여준 고발사태나 교사들을 향해 감시를 하겠다는 엄포성 발언으로 교권을 흔들었던 점, 설명회에서 설명하는 장학사에게 녹취를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어떠한 설명도 정확하게 들을 수 없었던 점, 조례에 의해 진행되는 것임에도 평준화에 대한 가정 통신문 등 학생, 학부모들에게 기초적인 안내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점은 심히 유감이고 아쉽기만 하다.

더욱이 여론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11월 6일에 경남도의회에서 한옥문 도의원(자유한국당)이 고교평준화를 철회해야 한다는 5분 발언을 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는 일에 민의를 대변해야 할 도의원이 반대측 주장만 장문으로 인용해 5분 발언으로 여론을 호도했다. 이것은 중립의 의무가 있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처사이며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정치인의 이런 경솔한 행동이 여론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고교평준화 54.53%의 찬성, 이것은 양산의 교육 가족 과반이 보여준 또 다른 희망의 숫자이다. 고교평준화가 전인적인 교육과 바뀌는 입시제도에 최적화된 교육정책이라는 것은 이미 먼저 시행한 타지역 사례로 충분히 입증이 됐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에서 중학교 교사 76.49%가 고교평준화를 찬성했다.

양산에서 적게는 1년, 많게는 30년 이상을 근무한 교사들이 현재 비평준화인 양산교육의 여러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택한 교육적 결정이라 더욱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세종시 등 몇 곳은 교육감이 정책적으로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과 교육감께서는 고교평준화는 양산시민 과반이 찬성한 일인 만큼 향후 정책적으로 추진해 아이들이 어떠한 차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바란다.

양산 아이들은 계속 늘고 있으며 도시는 점점 커가고 있다. 고등학교가 단지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어느 누구도 성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고교평준화는 교육의 체질을 바꾸자는 건강한 운동이며 앞으로도 필요를 느끼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빛을 보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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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양산시 고교평준화는 끝이 아닌 시작의 자리에 섰다. 희망이 끊어진 자리에서 늘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었듯, 양산시 고교평준화는 새로운 희망의 얼굴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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