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노후화로 시내버스 포함 10t 이상 제한 추진
통영시 "관리비용 분담 속내"셔틀버스 운행 등 검토

옛 거제대교를 관리하는 거제시가 다리 안전성을 이유로 내년 1월부터 10t 이상 차량의 운행을 제한키로 하면서 이웃한 거제-통영시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통영시는 최근 거제시로부터 '(구)거제대교 차량 통행제한 시행관련 제반사항 조치 촉구'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거제시는 공문에서 '1971년 준공된 (구)거제대교는 현재 노후와 파손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교량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공용기간을 연장하려면 현 시점에서 중·대형차량의 통행제한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거제시에서 관계자 회의 개최 및 공문으로 여러 번 협조 요청하였으나 버스 노선 조정으로 말미암은 적자발생, 이용불편 민원예상, 회차구간 미확보 등의 사유로 아직도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영시가 통행제한에 대비한 제반사항 추진계획과 의견을 오는 20일까지 회신해달라고 했다.

문제는 통행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도 내년부터 통행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통영시가 지난 6월 거제시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평일 121회·휴일 91회 운행하고, 승객도 평일 편도 약 1000명·휴일 약 700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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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성과 관리비 부담을 놓고 거제시와 통영시가 옛 거제대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통영시 "시내버스 제한 이해 안 돼" = 통영시는 통행 제한 조치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관리권을 가진 거제시가 매년 관리비용을 공동으로 분담하려고 승객을 볼모로 잡는 게 아니냐는 속내를 내비쳤다.

시 교통정책과 신상종 계장은 "버스 이용객 중 거제시민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학생과 시장을 보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안전문제로 버스 통행을 제한하겠다니 답답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리비 분담 차원 의혹에 대해 "다른 시가 관리하는 시설로 자본을 이전하려면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통영시는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신거제대교 이용을 고려하지만 위험 요소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충렬여고 앞에서 회차해 신거제대교로 진입해야 하는데 거제 방면 조선소로 가는 대형 차량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대교로 우회하려면 2∼3분이면 통과하던 것이 20분 소요됐다고 했다. 이에 직통으로 신거제대교를 통과하는 노선 신설과 일부 우회, 다릿목에 회차지 마련해 10t 이하 셔틀버스 운행으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방법을 제시했다.

신 계장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 승객 불편은 크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거제시"비용 분담 압박 오해, 안전 때문" = 거제시는 관리비용 분담 문제는 터무니없는 오해라며 "교량 안전성 확보와 '공용기간(사용 가능한 기간)'을 연장하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시 도로과 관계자는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2015년 옛 거제대교 정밀안전진단 결과 C등급(보통)으로 통행 중량을 10t 이하로 제한하라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고심 끝에 2017년부터 통영시에 통행 제한 협조를 공식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2007년 감사원 주관 관계자 회의 결과 옛 대교는 거제시가 관리하고 유지보수·보강사업비 일부를 경남도가 지원하기로 하고, 지방도 승격을 재검토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도비가 지원됐으나 이후로는 지원이 안돼 2015년부터는 거제시 예산으로만 관리하고 있다. 2008년부터 유지보수비용으로만 약 72억 원(도비 25억·시비 47억)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옛 거제대교만 오가는 셔틀버스를 투입하고, 용남면 쪽에서 환승하는 체계로 가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버스 이용객 "직통노선 늘려야 할 판에 셔틀버스라니…" = 이날 버스를 이용해 통영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다는 한창근(62·거제시) 씨는 "지금도 이곳에서 버스를 환승해 집으로 오가는데 앞으로는 셔틀버스까지 타게 될지 모른다니 시민을 위한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충렬여고 행정실 관계자도 "거제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전교생의 10%인 5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학교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늘어난다"며 "버스 통행제한은 처음 듣는 이야기이지만 학생들의 불편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다리 안전진단 결과'라는 거제시 통보와 '관리권이 거제시에 있다'며 소극적이었던 통영시 대응이 버스 통행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인 사회 약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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