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인선 '큰그림'위한 내공쌓기?
청와대·고위관료 출신 많아
경남 국정혁신모델 언급 주목

"'완전히'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경남도지사입니다."

지난 12일 도청에서 열린 한 간담회 석상에서 김경수 도지사가 한 농반진반 우스갯소리다. 김경수 도정에 거는 희망과 그 이면에 나타날 수도 있는 불안감이 응축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주지하다시피 김경수 도지사가 내건 경남도청의 캐치프레이즈는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이다. 그동안 경남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혁신'을 창출해내겠다는 의지가 드높다. 한마디로 시민사회와 공무원들이 소통하면서 사회혁신과 도정혁신을 도모하고, 어려운 경남 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다소 '도식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이 같은 '3대 혁신 행보'는 임기 초반 '드루킹 특검' 정국마저도 인지도 상승효과로 전환시키는 호재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3대 혁신의 출발은 속도가 붙지 않았다. "'새로운 경남'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에다 '완전히'라는 이중 수식에다 '함께 만드는'이라는 전제까지 따라붙으니 해야할 일은 많고 더욱 어렵다"는 진단은 도청 직원들은 물론이고 김 지사 역시 인정하는 바였다.

대규모 도청 조직 개편을 앞둔 현재 서서히 김 지사의 구상을 구체화할 정무직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3대 혁신의 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그도 그럴 것이 취임 후 지금까지 이어진 정무직 인선의 스케일과 키워드 등을 분석해보면 '김경수 판 경남 3대 혁신'은 '국정 혁신'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혁신의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경제파트에서 두드러진다. 경남도 경제 분야를 책임질 정무라인은 이채롭게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세팅됐다.

중앙부처 고위직 관료 출신들이 경남도 주요 보직과 정무라인을 형성한 건 이례적인 일로, 김경수 지사가 도정 제1 목표로 내세운 제조업 혁신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김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산업통상자원위 소속이었던 점과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거의 1년 가까운 시기 동안 공석이었던 경남테크노파크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안완기 원장의 이력이 화려하다.안 원장은 1986년 행시 합격 후 산업부에서 근무하다 미국 하버드대 법대 석사 과정 수료 후 2000년부터는 김&장 법률사무소 외국 변호사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경수 지사는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방문규 전 차관을 경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장으로 인선한 바 있다. 방 위원장은 일명 '기재부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직을 맡은 바 있고 참여정부 시절 김 지사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함께 근무한 문승욱 부지사는 경제부지사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경제 혁신'을 추진할 인선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도정혁신추진단장과 사회혁신보좌관 임명도 마무리됐다. 직업 공무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경남도 서울사무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상원 서기관이 도정혁신추진단장직을 수행하면서 박성호 행정부지사를 보조하게 된다.

사회혁신 보좌관은 광주 출신인 윤난실 전 광주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장이 임명됐다. 외부 인사인 윤 보좌관 수혈을 통해 경남형 민관 소통의 전형을 창출하겠다는 게 김 지사의 복안으로 읽힌다.

전직 경남도의원 출신인 명희진 정무특보와 이종엽 여성특보에 이어 한명숙 의원실과 김민기 의원실 등에서 근무한 바 있는 김명섭 정책특보가 최근 임명됐다.

여기에 더해 봉하마을과 국회의원실에서부터 함께 해온 30∼40대 젊은 비서관들이 도청 비서실과 공보 파트 등에서 김 지사를 보좌하고 있다.

중량급 인사를 영입함과 동시에 외부 정책 전문가와 지역 정무직의 융합을 꾀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인선 이면에는 틈날 때마다 김 지사가 강조하고 있는 "경남에서부터 대한민국의 혁신 모범 모델을 창출하겠다"는 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정부 운영 성과를 중앙정부에까지 이어가려는 '내공쌓기'의 과정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려 섞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과연 외부 인사들이 경남에서, 좁게는 도청 공무원들과 소통이 가능할지, 그리고 '혁신 모델 창출'이라는 게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피로감만 증폭시키는 게 아닌지 등의 시선이 혼재하고 있다.

복지부동 관행으로 볼 수도 있고 공무원 사회 특유의 현실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아무튼 대규모 도청 조직개편을 앞두고 벌써부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는 것도 김 지사에게는 나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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