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불보듯"-"주52시간제 보완"대립
단위기간 확대 두고 견해차
노동계 실질임금 하락 우려
경영계 산업변수 고려 강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여야 3당이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했다. 노동계 반발은 거세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해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와 장시간 노동 문제가 더 악화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자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을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해 시행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다. 현재 최대 3개월인 탄력근무 단위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 추진 중단 기자회견에서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탄력 근로 시간제 확대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52시간제 무의미 = 노동계는 △주64시간 장시간 노동 일상화 △실질임금 하락 등을 이유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개악'이라고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막고자 공동 대응에 나섰다.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에 따른 평균 주52시간 외 수당을 받는 연장근로가 12시간까지 추가로 가능하다. 그래서 '주64시간'이 나온다. 지난 11년간 한 해 평균 370명이 과로로 숨진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정부가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뇌혈관질병·심장질환 발병 전 4주간 노동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12주간은 1주 평균 60시간)을 넘으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로 늘어난 노동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임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시급 1만 원 노동자가 주52시간을 일하면 40시간분(하루 8시간 노동) 40만 원에 추가 12시간의 연장수당(1.5배) 18만 원을 더해 58만 원을 받지만, 탄력근로제에 따른 주52시간은 52만 원만 받을 수 있다. 1년 52주로 계산하면 312만 원을 덜 받는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늘어나 기존 인력의 노동시간 재배치가 자유롭게 되면, 충원 등 일자리 창출은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빙과류·음료, 에어컨 등 계절 특수를 누리는 업계에서는 탄력근로제가 필요하다는데 뒤집어 보면 그 기간은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생지옥'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3개월도 예외적인 것인데, 1년이 되면 상시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주52시간 시행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성수기 대응, 불가피 =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3개월은 짧아 계절·분기 산업의 성수기 등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6년과 2017년 일찌감치 찾아온 더위로 발생한 에어컨 품절 사태를 예로 들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52시간 시행으로 생산성이 악화한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ICT(정보통신기술)업종, 석유·화학·철강업의 대정비·보수작업, 조선업 시험운전, 건설업의 기상악화에 따른 공사기한 지연, 인력 대체를 할 수 없는 방송·영화산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월 전국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에서 48.2%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 28.4%가 6개월로 확대를 원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연구원도 '국내외 근로시간 단축 지원 현황 및 정책과제'에서 미국(1년)·독일(1년)·프랑스(1년) 등을 근거로 "과도한 노동시간이 근로자의 일과 가정생활의 불균형 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탄력근로제란?

일이 적을 때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이 많을 때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가능한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으로 정할 때 2주, 노사 합의에 따라서는 3개월까지다. 이 단위기간 내 평균 노동시간을 주52시간에 맞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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