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창원시 마산가포고등학교의 북면 이전을 철회한 것은 현실성 없는 정부 정책이 얼마나 소모적인 사회갈등을 유발하는지 보여준다. 애초 도교육청은 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는 창원 북면신도시에 고등학교 설립을 검토했지만, 교육부 권고에 따라 가포고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가포고동문회의 거센 반발을 넘지 못했다.

마산에 있는 고등학교를 북면으로 옮기는 계획이 철회된 것은 재학생들이나 지역 주민들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의 통학 문제나, 학교가 사라질 경우 가포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가포고의 북면 이전은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다. 가포 지역뿐만 아니라 신마산 지역 전체가 학교 이전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에서 도교육청은 이전 계획이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가포고의 북면 이전을 둘러싼 소동은 '학교총량제'에 집착한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 학교 신설과 폐지 수를 조절함으로써 전체 학교 수는 늘지 않게 하는 학교총량제가 적용될 경우, 학교 신설은 다른 학교가 폐지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신규학교 설립을 억제하겠다는 발상이지만, 가포고 이전 무산에서 보듯 해당 학교의 재학생이나 지역 현실을 무시한 정책임이 드러났다. 학교총량제는 학교 설립, 폐지, 이전 등이 교육감의 고유권한으로 돼있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도 어긋날 수 있다. 이 법은 사업비가 100억 원이 넘을 경우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는 중앙투자심사위를 통해 학교설립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타당성과 적정성을 심사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예산권을 쥔 교육부가 학교 신설보다 기존 학교 이전을 권하면 물리칠 수 있는 교육청은 없을 것이다. 도교육청이 재추진 중인 북면의 고등학교 신설도 쉽지 않을 듯하다.

발상부터 반교육적이기까지 한 학교총량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주민의 손으로 뽑힌 교육감의 학교 설립과 폐지 권한이 교육부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은 교육자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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