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개특위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
의원 정수 늘려서라도 선거제 개혁해야

"위이잉~ 쪼르륵~~"

대학생 땐 지금처럼 '아메리카노'를 '일상다반사'로 마시진 않았다. 대세는 자판기 커피. '길다방'이라고도 불렀다. 배가 고프면 '전설의 율무차'도 자주 뽑아 마셨다. 종종 종이컵이 없어서 낭패를 볼 때도 있었고, 커피나 '프리마(크리머)'가 모자라 이상한 커피(?)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투입 대비 산출' 괜찮았다. 200원의 행복!

'종합예술'이랄 수 있는 정치와 한낱 자판기 커피를 견주기가 좀 '뭣'하지만, 우리 선거제도는 자판기 커피보다는 못한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제11대 경남도의회(58명)는 더불어민주당이 34석(58%), 자유한국당이 21석 (36%), 정의당이 1석(1.7%)을 차지했다. 이들 정당 득표율은 각각 45%, 38%, 7.6%였다. 자판기 커피로 치자면, 정의당은 500원 넣고도 두 잔을 못 뽑아 마신 셈이다.

현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지난 7일 정치개혁특위 수석전문위원은 특위 3차 회의에서 △소선거구+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연동형 비례대표제 △병립형 유지+비례대표 확대 △병립형 유지+중선거구제 등 4가지 선거제도 개편 유형을 의원들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에서 뽑힌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로 배분한 정당별 의석수에 모자라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현재 47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 300명인 의원정수를 고정한다면,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여야 한다는데,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할 국회의원이 얼마나 될까.

이런 현실을 생각한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해법일 터. 현재 국회의원 1명은 국민 17만 명을 대표한다. 1948년 제헌국회 때는 국회의원 1명이 10만 명을 대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국민 9만 7000명당 국회의원 1명이다. 이 기준으로 해서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정수를 51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분석 결과(박명림 연세대 교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의원정수 330석에서 360석 정도가 타협안으로 나오고 있다.

지금도 국회의원이 많다며 진저리치는 이들도 많다. 정치가 '만능열쇠'가 아닌 것도 맞다. 그럼에도, 정치가 우리 삶을 지키고 바꾸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다. 지금처럼 '승자독식 중심의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여성, 청년, 장애인, 영세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등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기가 어렵다. 선거제도를 바꾸어 우리 삶을 바꾸자!

민병욱.jpg

아, 덧붙이는 한마디. 자판기에서 종종 거스름돈(=선거제도 개혁)이 안 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민간요법'이지만, 동전 투입구(=국회) 부근을 주먹으로 세게 두드리면 잔돈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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