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
보수동 터줏대감 대우서점
도서관 사서 등 고객 20명
5년째 매달 1회 독서모임

헌책방을 수십 년간 드나들었던 손님들이 매달 한자리에 모여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있다. 보수동책방골목 터줏대감 격인 대우서점의 단골손님들이 주축이 된 '대우독서회'다.

이들은 매달 보수동책방골목 문화관에 모여 선정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토론을 벌인다. 모두 헌책을 인연으로 얽힌 사람들이다.

40년째 대우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훈(65) 대표는 "헌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헌책방에서 단순히 책을 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서로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모임을 주선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에 모인 대우독서회 회원들이 선정 도서를 두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문정민 기자

'대우독서회'는 2013년 첫 모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년 단골은 기본인 이들이 하나둘 모여 현재 20명에 이른다. 도서관 사서, 영문학 박사, 초등학교·중학교 선생님을 비롯해 자영업자도 주요 구성원이다. 어려웠던 시절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희귀자료를 헌책방에서 입수해 박사 학위 논문을 쓰거나 지식을 길어 올렸다.

박경자 구포도서관 사서는 "헌책방에 있는 헌책 중에는 누군가 평생 연구한 집적물이 있다. 이는 한 시대를 아우르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보고 현재의 연구에 응용한다"며 "역사, 문화, 예술이든 모든 게 집약된 책을 헌책방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이 평생 보고 느낀 모든 기록물이 집대성한 곳"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헌책이라는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 덕에 한 번 읽고 버려진 책들이 다시 생명을 얻었다. 헌책은 자기 자신이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중요하다 싶으면 가치가 부여된다"며 "누군가 버린 책이지만, 잘 고르면 자신 인생을 바꾸는 책을 만날 수 있다. 5000원에 달하는 커피 값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석 같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헌책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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