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에 따오기 배지 달아줘
군청벽면에 시구 걸어놓기도

한정우 창녕군수를 창녕군청 집무실에서 만나면 꼭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이 관문을 뚫지 않으면 한 군수와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다. 이 관문의 주인공은 '따오기 배지'다. 따오기 배지는 창녕군이 내년 봄 우포따오기 자연방사를 앞두고 전국에 따오기를 홍보하고자 만든 기념물이다. 군수실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입고 간 옷깃에 따오기 배지를 달아야만 한다. 방문객이 직접 달아서도 안 된다. 한 군수가 손수 방문객 상의 옷깃에 배지를 달아준다. 따오기 배지가 방문객 옷에 잘 보이게 자리를 잡으면 한 군수는 그제야 비서실에 차를 내오라 하고, 방문객과 면담을 시작한다.

▲ 창녕군수가 직접 달아주는 '따오기 배지' 사진. /창녕군

한 군수가 따오기 배지를 일일이 달아주는 이유는 따오기 자연방사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우포따오기 복원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이에게 알리려는 실천이다.

한 군수는 "따오기 배지를 달아주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가 배지를 달아주는 동안 방문객들이 우포따오기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군수가 따오기 배지를 달아주는 것을 경험해본 한 방문객은 "처음엔 뭘 이런 걸 직접 달아주기까지 하나 했는데, 모든 사람에게 다 직접 달아준다는 얘길 듣고 감성적인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 군수직을 맡은 한 군수의 '감성 행정'은 실천·친절 행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전 군청 건물 정면에 대형 태극기가 걸리거나 군정 방침이 적힌 글판이 붙어 있곤 했는데, 한 군수 취임 후엔 달라졌다.

13일 현재 군청 건물엔 '가을날에 외로움도 그대를 바라보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대입니다'란 시구가 걸려 있다. 송영아 시인의 '가을날의 그리움' 중에서 발췌했다.

한 군수는 "추석 전에 글판에 '추석 잘 쇄라'는 말을 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구상을 하다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시구 한 구절을 걸어놓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과 민원인,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시를 읽으면 마음에 위안을 얻고, 민원인들은 군청이 딱딱한 곳이 아니라 낭만 있고 정서가 메마르지 않은 곳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3일 현재 창녕군청 건물엔 '가을날에 외로움도 그대를 바라보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대입니다'란 시구가 걸려 있다. /창녕군

한 군수는 계절이 바뀔 때 이 시구를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 시구는 한 군수가 골랐지만, 다음 글판에는 직원들에게 좋은 글귀를 추천받아 추천 공무원 이름을 같이 적어 새로운 글귀를 내걸 계획이다.

한 군수는 이런 자신의 감성 행정을 "그동안 덜 친절하고 딱딱했던 군의 이미지를 바꾸는 작은 돌 하나"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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