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범사업 후 단계적 이관…획일적 업무 구분·권한 이양 미흡 지적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13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공개했지만 이견이 커 향후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치분권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자치경찰제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어 △각 시·도 '자치경찰본부' 및 시·군·구 '자치경찰대' 신설 △2022년까지 전체 국가경찰(11만 7617명)의 36%(4만 3000명) 자치경찰로 이관 △시·도 소속 특정직 지방공무원으로 단계적 전환 △자치경찰제 시행 예산의 국가부담 원칙 및 향후 자치경찰교부세 도입 검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시·도경찰위원회'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특위안을 발표했다.

주요 쟁점인 '사무 배분'은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교통사고·성폭력·학교폭력·음주운전·지역경비 등 주민과 밀착된 민생치안 수사를 책임지고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를 비롯한 전국적·통일적 처리가 필요한 사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김순은 자치경찰특위 위원장은 "자치경찰은 자치분권의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당면 과제"라며 "11월 말까지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며 이후 세부 계획을 수립해 입법 및 시범사업 준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13일 자치경찰제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자치분권위원회

특위가 이날 제시한 자치경찰제 도입 일정은 △내년도 서울·세종·제주 외 2개 시도(공모 후 선정) 시범 시행 △2021년 전국적으로 자치경찰 사무 70~80% 시행 △2022년 자치경찰 전체 사무로 확대 등이다.

특위안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그러나 공감보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수사 사무를 획일적으로 구분했는데 이는 시민이나 경찰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원칙적으로 현 경찰 사무 모두를 자치경찰로 이관하되 국가경찰은 정보·대공 등 주요 사건에 필요한 경우 보충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특위안은 결국 기존 비대한 국가경찰 조직을 대부분 유지하는 모양새여서 애초 도입 취지에 미흡하다"며 "자치경찰로 이관될 국가경찰 인력 수가 현저히 적은 점, 이로써 자치경찰제 구축을 위한 신규 예산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점, 자치경찰 인사에 국가경찰 개입이 과도한 점 등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정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전문위원은 '기초단체' 관점에서 특위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구 위원은 "과거 정권은 기초단위 자치경찰대를 추진했는데 이번에 '광역단위'로 변경된 합리적 이유나 배경 설명이 부족하다"며 "현장 주민 중심의 치안시스템이 주방향이라면 기초단위가 맞다고 보며 다른 자치단체와 대등하고 독립적 관계를 위해 자치경찰대장은 기초단체장이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문규 자치경찰특위 위원은 이 같은 문제제기에 "자치경찰제 도입은 그 직접 이해당사자인 경찰과 국민이 현 시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급격한 변화에 따른 국민 혼란을 최소화해 자치경찰제 지속적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향후 헌법을 개정하는 등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국가 시대가 열리면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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