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판결 이행 하세월
창원공장 노동자 점거 농성
도내 유사 사업장 '수두룩'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가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했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바랐다. 그러나 48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은 '차별'과 싸우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니 같은 대우를 해달라'며 요구한 지도 어언 13년이 지났다. 지난 2005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고,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 사내하청 6개 업체 843명 전원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대법원은 2013년 불법파견 판결을 하고, 파견법 위반에 대해 한국지엠 사장과 하청업체 사장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

올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한국지엠 창원공장 8개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과 부평공장 17개 업체 888명에 대해 다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1662명이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노동을 하고 있으나 불법파견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직접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측에 과태료 77억여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있다.

▲ 13일 고용노동부 창원고용지청 앞에 한국지엠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안에 불법파견 사태를 끝내야 한다며 12일 창원고용지청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올 연말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는데, 늦어지는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만 없어서다.

지난 2월 창원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64명이 해고됐다. 노조는 이들이 단계적으로라도 재고용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의당, 민중당 등도 정부가 한국지엠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창원고용지청에서 농성 중인 안석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재계약 이후 해고자들에게 돌아갈 곳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10년이 넘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바뀐 정부에서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하면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는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TSK,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창원시·진주시 수도검침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현대위아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비정규직 노동자 2200여 명이 가입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전태일 열사 48주기를 맞아 또 다른 전태일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 재벌적폐 청산,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11월 21일 총파업으로 달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지엠 비정규직 불법파견 사태로 고용노동부 창원고용지청을 점거 중인 노동자들이 이날 불법파견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해결법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1차 소송단(5명)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통해 2016년 10월 대법원 판결로 승소했고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현재 2차(78명), 3차(114명)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1~3차 소송이 사실상 모두 내용이 같다. 다른 점은 1차 소송 제기 이후 한국지엠이 공정 블록화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인데, 업무 지시는 사실상 변한 것이 없어서 불법파견은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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